‘인터넷 반응은 좋은데 정착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답답해요’ 하지만 책을 사주지 않는 사람들이 매정한 것은 아니다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인터넷 반응은 좋은데 정착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답답해요
제 상담소에도 ‘행사에서 소설 부스가 겪는 불행’에 관한 사연이 꽤 들어오는 편이에요.
하지만 행사에서 소설이 만화보다 더 팔리지 않는 건 자신의 실력 부족이라기보다는 토란보다 쌀이 더 많이 팔리는 것처럼 당연한 이치예요.
만화라면 내용을 전부 보지 않더라도 ‘내 최애의 매혹적인 엉덩이와 눈이 맞았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하는 사람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소설을 ‘표지 폰트가 너무 야해서 무심코 샀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표지를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부탁하더라도 소설책이라는 걸 알자마자 ‘안 살게요’라며 내려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어요.
판단의 90%를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하등 생물인 인간에게 소설의 재미를 이해시키기엔 너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휙휙 지나가면서 보는 오프라인 행사는 압도적으로 불리하죠.
라이트노벨이 제목으로 내용을 전부 설명하는 것도 첫눈에 흥미를 끌기 어려운 소설의 불리한 조건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행사에서 판매 부수를 늘리고 싶다면 소설 내용뿐 아니라 ‘판매 전략’도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회색 폰트로 아주 작게 ‘비연’이라고 적힌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표지가 아니라, ‘최애 커플이 180페이지 중 160페이지동안 XX하는 책’처럼 한 번에 내용을 알 수 있는 제목을 72pt로 인쇄하는 거죠.
하지만 만화와 비교하면 소설이 핸디캡이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랍니다. 다른 소설 부스들의 동향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만화 부스들의 매진 소식에 동요하면 몸이 남아나질 않을걸요?
오히려 그 핸디캡을 잘 이해하고 남은 재고를 인터넷에서 판매하거나, 기존 작품을 포함해서 꾸준히 행사에 참가해서 매진되는 소설도 아주 많아요. 한 행사에서의 판매량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최종적인 매진을 목표로 마음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인터넷 반응과 실제 판매 부수에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한 일
그러니 지금 당신의 진짜 고민은 판매 부수가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숫자 차이로 인한 허무감, 그 때문에 생긴 인터넷 독자들에 대한 불신일 거예요.
수요조사 결과가 1이고 실제 판매가 0이라면 그 한 명을 찾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게 되겠지만, 수요조사 결과와 실제 판매 부수에 차이가 없다면 판매량이 적더라도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거니까요.
하지만 인터넷 반응과 실제 판매 부수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사실 대전제이자 상식이에요. 제 경험으로 말하자면 탐란에서 화제가 되더라도 실제로 단행본을 사는 사람은 RT의 100분의 1 이하일걸요?
어쩌면 ‘글 마지막에 광고 배너를 다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뒷광고까지 뿌리는 건 존심 상한다’는 이유로 고객을 반 이상 놓치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실제 구입까지 이어지는 사람이 인터넷 반응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게 현실이에요.
그러니 ‘나만 인터넷 독자들에게 배신당했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합시다. 사실 모두가 배신당했으니까요.
그 정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다시 말하면 ‘무료’와 ‘유료’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어요. 항상 트롤들이 한 10명쯤 있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무료 공개가 당연해진 지금, 트롤 수는 계속 늘어날 뿐이니 인터넷 반응이 그대로 구매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요.
그래도 수요조사에 투표까지 해놓고 사지 않는 건 좀 너무하긴 하죠. 하지만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된 작품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수요조사도 무료인 데다가 익명이기까지 하니 아무 책임 없이 쉽게 눌러버리는 것 같아요.
또, 수요조사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정말 구입할 생각이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알몸으로 바나나를 먹으면서 한 손으로 클릭만 하면 되는 수요조사와 달리, 책을 사기 위해 실제로 가야 하는 행사장은 고릴라라는 걸 들키지 않도록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대중교통을 타는 등 많은 난관이 존재하죠.
일코를 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 링크조차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마당에, 행사장에 살아서 도착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행사 판매의 경우, 실제 판매 부수는 인터넷 수요조사 결과보다 무조건 몇 퍼센트는 적을 거라고 판단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배신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세는 게 힘들다면 애초에 수요조사를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판매 부수 등을 참고해서 정하는 것도 좋겠죠.
수요조사라는 형식으로 부수를 독자들에게 맡겨버리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배신당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거고, 처음부터 독단적으로 정한다면 책이 남든 모자라든 결국 자신의 판단 미스이니 누굴 원망하겠어요?
실제로 지금까지 수요조사에서 아군보다 적군이 많았고, 수요조사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 결과야말로 참고할 만한 빅데이터라 할 수 있죠.
사주지 않는 사람들이 매정한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팬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돈은 내지 않는 독자들에 대한 답답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온라인의 무료와 오프라인의 유료는 처음부터 소비의 차원이 달라요. 사람에게 돈이나 시간, 노력은 무한하지 않은 귀중품이니 쉽게 소비할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독자들의 꽁꽁 닫힌 지갑을 열고 무료와 유료의 간격을 메꿔서 트롤들을 대량으로 없앨 수 있는 ‘힘’이 당신의 작품에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바꿔 말하면 책을 사주지 않는 독자들이 매정한 게 아니라,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행사장까지 와서 돈을 지불하고 책을 사주는 독자가 너무나도 귀한 거죠.
수요조사만 하고 책은 사지 않는 독자들에 대한 분노나 자신의 실력 부족을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산다고 말하고 정말로 사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비록 적더라도 책을 팔아낸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당신은 이미 무료 작품으로 어느 정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스텝 업을 했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인 유료라는 벽에 부딪힌 거예요.
그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저도 아직 모르고, 오히려 저 역시 그 벽 앞에서 15년째 쩔쩔매고 있죠.
그 정도로 유료라는 장벽은 너무도 높기 때문에 쉽게 넘지 못하는 게 당연하고, 반대로 말하자면 너무 쉽게 넘어버리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예요. 좋은 작품은 당연한 전제일 테고, 그 작품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홍보해 보세요. 행사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데이터 판매처럼 판매 루트를 넓혀보는 등 당분간은 벽을 앞에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 마케팅 전략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돈은 내지 않더라도 무료 작품을 읽고 SNS에서 ‘재밌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무료로 격려도 해주고 무료로 소문도 내주는 신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고, 또 그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무료로 공개한 작품을 읽고 좋게 평가해 주는 독자를 만나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 세상에는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해도 아무도 읽지 않는 작품도 많고,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없어서 유료로 팔아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많으니까요.

↑일본어 이외의 고민 상담도 환영합니다.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인기 시리즈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문학춘추)라는 제목으로 단행본화 되었습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걱정돼요’, ‘마이너 장르라 독자들이 별로 없어요’, ‘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최애를 죽이고 마는 모순과 고뇌’ 등 인기 상담은 물론 신작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습니다.
단행본화를 축하하며 ‘동인녀의 감정’의 저자 사나다 츠즈루 님과 대담을 나눴어요. 체크해 보세요!



카레자와 선생님, 안녕하세요. 항상 칼럼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제 고민은 동인지가 전혀 팔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인터넷에서는 나름대로 반응이 있는데도 말이죠.
얼마 전 최애 커플의 오프라인 행사가 열려서 저도 부스 참가를 하고 책을 냈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인터넷에서는 어느 정도 팔로워도 있고 반응도 꽤 좋은 편이에요. 그런데 종이책을 내면 항상 예상보다 팔리지 않아요. 탐란에서 팔로워들의 ‘매진됐습니다’라는 글을 볼 때마다 너무 슬퍼요.
책이 남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건 싫어서 매번 행사 전에 수요조사를 하는데요. 얼마 전 참가한 행사에서는 수요조사 결과 대로 책을 준비했는데도 절반이 넘게 남아버렸지 뭐예요.
물론 책이 팔리지 않는 건 제 탓이지만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수요조사를 한 건지 허무함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서 팔로워들이 좋은 말을 해줘도 ‘어차피 책은 사지도 않을 거면서….’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냥 기뻐할 수가 없게 됐어요.
이제 글을 때려치울까 싶다가도 최애 커플이 너무 좋아서 계속 쓰고 싶기도 해요.
이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