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인터뷰】빛과 색으로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세계. 컨셉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 Airi Pan 님의 Artist’s Spotlight 소개

pixiv 공식 YouTube 채널에서 연재 중인 ‘Artist's Spotlight’.
pixiv에서 활약 중인 전 세계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는 이 시리즈. 크리에이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방법과 프로 세계에서 활동하기 위한 마음가짐 등을 통해 창작 의욕이 샘솟을걸요?
오늘은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컨셉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Airi Pan 님께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지금까지 Netflix, Blizzard, Pixar 등 유명 기업들과의 작업을 다수 진행해 왔다고 하는데요.
작품과 함께 인터뷰 일부 및 영상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pixivision에서도 텍스트로 소개합니다.
Airi Pan 님의 인터뷰를 더 보고 싶다면, 꼭 영상도 확인해 보세요!
Airi Pan 님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화풍을 자각할 것, 아웃풋을 바꾸고 싶다면 인풋부터 바꿀 것’
── 지금은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고 계신데요. 본인의 인생이나 커리어에서 일러스트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나 순간이 있었나요?

어릴 때는 ‘예술가가 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학교에서는 예술가 흉내 내는 아이로 인식되곤 했죠. 사무직 일을 하는 제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어요.
그런 와중에 고등학교 3학년 때 픽사 본사를 견학할 기회가 생겨서 부모님과 함께 갔어요.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을 방문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가상의 세계와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저도 깨달았어요. 나랑 똑같이 숨 쉬고, 밥 먹고,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있는 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요.
── 학생 시절에는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그저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했어요. 원래도 컨셉 아트는 TO가 별로 없는 직종인데, 요즘은 기업들이 AI로 콘셉트 아티스트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어요.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업에 나를 어필하는 게 중요했죠. 제 경험상, 처음부터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한 학생들은 실제로 일자리를 얻었어요. 반대로 그런 ‘서바이벌 마인드’가 부족했던 학생들은 아직도 첫 직장을 찾지 못해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함께 협업하면서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기 위해 평소에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요?

막 프로가 된 분들에게 조언하자면, 자신의 작업물이 평가받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공개하는 일은 정말 긴장되는 경험이라는 거예요. 작품에는 자기 자신이 어느 정도 담겨 있기 때문에, 마치 자신의 일부를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기분이 들죠. 하지만 프로로서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입장이며, 클라이언트가 그 작업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결코 당신의 인격을 부정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어디까지나 상품으로서의 평가일 뿐이죠.
예술에는 개인적이고 정신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기업 문화와 충돌하는 부분도 많아요. 그래서 자신의 멘탈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 방어막을 쳐두는 것도 필요해요. 그와 동시에 취미로 그림을 그릴 땐 그 방어막을 내려둘 수 있는 유연함도 중요하죠. 결국 자신의 작가로서의 핵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잘 방어할 줄 아는 게 정말 중요해요.
── 일러스트레이터 초창기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세상에는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에 전혀 올리지 않는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에요.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을 통해서인데, 외주 스튜디오를 통해 만날 수도 있고, 제가 속한 팀을 통해 만날 수도 있어요. 그중에는 30~40대의 베테랑 아티스트도 많고, 가정을 꾸리고 있는 분들도 있어요. 너무나 멋진 작품을 그리기 때문에 굳이 타인의 평가를 받을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무 데에도 자신의 그림을 올리지 않아요.
그때 저는 정상급 작가들의 수준이란 이런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온라인에서도 훌륭한 작품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멋진 작품일수록 실제로는 마감이 매우 촉박하거나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을 안고 그려진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도 경험 많은 아티스트들은 그걸 마치 아무 일 아닌 듯 해내 버리죠. 실제로는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을 텐데, 너무 자연스럽게 해내는 거예요. 그게 제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능력이에요. 단순히 아름다운 일러스트만 보고는 쉽게 감동하지 않게 됐어요. 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런 경험 덕분에 예술이 얼마나 다양한 목적을 가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 SNS에서 자신의 작품이 주목받게 되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본인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티스트로서 성장하고, 취향의 폭이 넓어지면서 느낀 건 동양과 서양에서 배운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 작업에서 큰 강점이 됐다는 거예요. 그리고 동양적 배경을 지닌 채 서구 사회에서 자란 저는 두 세계의 영향을 제 작품 속에 녹여낼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합쳐질 때, 더 독특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자기 인식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나, 좌절할 뻔했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자신의 화풍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각’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이게 바로 내 그림이구나’ 하고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마음도 중요하죠. 라벤더가 백합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하얀 라벤더’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밭에서 가장 선명하고 향기로운 보랏빛 라벤더가 되는 걸 목표로 삼는 게 좋아요. 모두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는 없어요. 저도 제 화풍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사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어요. 그걸 받아들인 지금, 제 스타일을 인식하고 몰입할 수 있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누구나 좋아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이 되기보다는, 특별히 맛있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되는 걸 목표로 할 거예요!
── 자신의 스타일을 아직 찾지 못하고 방황 중인 아티스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두드러진 아티스트가 되려면, 꽤나 개성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하지만 그 경지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뿐 아니라, 아마도 남들과는 꽤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인생을 하루 만에, 또는 일생을 통째로 걸지 않고도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지금의 ‘컴포트존’을 벗어나 보는 걸 추천해요. 결국, 아트란 자기가 소비하는 콘텐츠들의 평균값이거든요.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더라도, 평소에 애니풍 일러스트만 보고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기존 작품과 비슷비슷한 결과물만 나올 거예요. 제가 제 그림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게 된 건 그래픽 디자인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 기술과 관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어요.
예를 들면, 제 친구 중 몇몇은 콘셉트 아트에서 1년 정도 거리를 두고, 교통수단이나 자동차 디자인, 건축 등만 파고들며 공부했어요. 그때의 경험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그림에 가장 큰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저는 자신의 껍질을 깨고, 관심 있는 분야이자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잘 다루지 않는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접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