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스크롤 분업 제작에 개인의 ‘열정’을 담을 수 있을까? 웹툰 레이블 Pikalo가 추구하는 ‘기억에 남는 작품 제작’이란?
인터뷰/ 나카니시 큐
픽시브, WEBTOON 제작회사 ‘LOCKER ROOM’, 출판사 ‘KADOKAWA’ 3사가 공동으로 창간한 웹툰 레이블 ‘Pikalo’(피카로). 그 기념비적인 첫 번째 작품인 ‘그래, 잊어도 돼(ねえ、忘れていいよ。)’의 연재가 8월 말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레이블을 시작한 이유와 크리에이터가 느끼는 Pikalo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Pikalo 편집부의 아사오카 유타 님과 후지모토 나나미 님에게 들어 보았습니다. 작가 개인의 열정을 중시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자세를 집중 탐구해보았습니다.

왼쪽부터 아사오카 유타 님, 후지모토 나나미 님
기록보다는 기억에 남는 작품을
── Pikalo는 아사오카 님이 대표를 맡고 있는 웹툰 제작사 LOCKER ROOM과, 픽시브, KADOKAWA 3사가 협력하여 탄생한 레이블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 LOCKER ROOM과 픽시브가 의기투합하게 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아사오카: 웹툰이든 출판 만화든, 혹은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창작자가 재미있게 만들지 않으면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다’는 점이지 않을까요. 이미 인기 있는 장르나 작품 스타일에 맞춰서 성공할 만한 작품을 계속 만든다면 상업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문화로서 뿌리내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 부분에서 KADOKAWA와도 의견이 일치했죠.
‘누군가의 최애를 탄생시키는 곳(誰かのスキの生みの親)’이 Pikalo의 슬로건
── ‘일본에 웹툰을 문화로 정착시킨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진 레이블이군요.
아사오카: 맞아요. 우리는 업계에서 독창적인 위치에 있다는 걸 강하게 의식하고 있어서 ‘기록보다도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든다’, ‘작가가 동경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다른 곳에서 만들지 않는 작품을 만든다’라는 세 가지를 모토로 하고 있죠. 먼저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말하자면,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을 ‘패배’한 작품인지 생각했을 때 우리는 ‘팔리지 않는 작품’보다 ‘묻혀버리는 작품’이 더 큰 패배라고 생각해요. 특히 웹툰의 경우 ‘읽을 때는 재밌었지만 나중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작품’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렇군요.
── 자신의 작품이 실린다면 동경하는 매체에서 실렸으면 하는 마음은 아무래도 당연하겠죠.
웹툰의 종이책 출판에 대해서는 Pikalo note에서 KADOKAWA 담당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자신의 작품이 종이책으로 출판되면 기쁘고 성취감도 크겠네요. 세 회사의 강점을 살려서 그게 가능해졌다는 말씀이군요.
──레이블의 방향성으로는 BL 등 여성향 장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들었어요.
아사오카: 원래는 그런 의도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만약 개그 만화가 가장 먼저 반응이 온다면 개그 작품이 많아지겠죠. 결국 처음에 어떤 작품이 잘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요. 현재로서는 여성향이 80%, 남성향이 20% 정도의 비율이지만 여성향 작품들도 남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비율도 앞으로는 변해갈 거라고 생각해요.
── 원래 여성향에 특화하려고 했던 건 차별화를 의식한 전략이었나요?
아사오카: 아뇨, 차별화라기 보다는 단순히 우리 스태프 중 여성 비율이 높다는 점이 컸어요. 앞서 말했듯이 ‘만드는 사람이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저희 스탠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더 몰입해서 만들 수 있는 장르가 여성향일 거라고 생각했죠. 게다가 새로운 미디어 유저들도 여성 비율이 높아서…. 예를 들면 TikTok의 세로 영상처럼 말이죠. 그래서 그쪽을 타깃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1년 사이에 상황이 많이 변해서 지금은 그렇게 명확히 나눌 필요는 없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열정이 담겨 있는가’
── Pikalo의 인재 모집이 ‘개인 크리에이터’와 ‘분업 크리에이터’로 나뉘어 있고, 양쪽 다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독특한데요.
<줄거리> 밴드부인 카즈키는 밴드 ‘MementO MOri’의 열렬한 팬.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축구부 에이스인 키히토도 같은 밴드의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게 된다. 노래 실력이 뛰어나고 원래 음악이 꿈이었던 키히토는 카즈키가 결성한 밴드에 일시적으로 합류하게 되는데…. 둘은 이대로 평생 함께할 것이라 믿었지만?!
── 매주 풀컬러로 작업해야 하는 양을 생각하면 그렇겠네요…. ‘그래, 잊어도 돼’는 어떤 발상에서 탄생한 작품인가요?

── 콘티 이후의 작업을 작가에게 맡긴 후에, 예를 들어 ‘이 대사를 바꾸고 싶다’ 혹은 ‘이런 연출이 떠올랐다’ 같은 의견이 나오기도 하나요?
── 현재 소속된 크리에이터 중에서 개인 작가와 분업 스태프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 개인 작가가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 예를 들어 ‘선화까지는 개인이, 채색 이후는 분업으로’ 같은 방식도 가능한가요?
후지모토: 가능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분업형과 같은 방식이 되어버릴 것 같아요.
Pikalo 크리에이터의 목소리
── 실제로 Pikalo에 계신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그래, 잊어도 돼’의 두 작가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후반 작업 담당: 나가세 작가님
Q1. Pikalo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A. 원래 웹툰을 즐겨 읽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Pikalo의 작가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죠.
Q2. 참여 소감은?
A. 처음 맡은 웹툰 작업이라 다른 작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마무리 작업을 할 때 작품이 원하는 분위기를 떠올리기 쉬웠어요. 처음 작업을 의뢰받았을 때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〇〇한 느낌을 중요시한다’ 등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공유해 주셔서 마무리 작업의 방향이 잘 잡혔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큰 도움이 됐어요.
Q3. ‘그래, 잊어도 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A. 개인적으로 축제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귀신의 집에서 무서워하는 키히토를 카즈키가 이끌어 주거나, 축제 마지막 날 공연을 하는 등 두 사람이 청춘을 만끽하면서 반짝이는 모습이 정말 즐거웠어요. 저 역시 두 사람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같이 즐거워졌어요.
일이 재미없으면 싫잖아요
── 다시 인터뷰로 돌아갈게요. Pikalo에 지원한 사람들이 실제로 작품을 담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세요.
후지모토: 분업과 개인으로 나뉘어서 루트가 조금은 다르지만, 분업의 경우는 지원하실 때 포트폴리오를 받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기술 수준과 장르 적성을 판단하고, 그때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빈자리가 있으면 연락을 드리죠. 정식 의뢰 전에는 트라이얼로 한 화의 절반 정도 작업량을 맡겨서 작품과 적합한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요. 저희 입장에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본인도 ‘이런 작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양쪽 모두 동의하면 정식으로 의뢰해요.
홈페이지에 게재된 분업 크리에이터의 제작 과정. 모집 요강에서는 직종별 자세한 조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그렇군요. ‘이런 작품을 맡고 싶어요’ 같은 희망 사항도 잘 들어주시는군요.
── 좋아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보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할 때도 있죠.
── 개인 작가의 경우는 어떤가요?
── 기존의 잡지 투고 방식과 거의 동일한 흐름이군요.
── 요즘은 여러 웹툰 스튜디오가 생기고 있어서 창작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 Pikalo에서 작품을 그리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 그렇군요. 개인 작가뿐만 아니라 분업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장점일 수 있겠네요. ‘분업=인기’라는 이미지가 강하니까요.
아사오카: 맞아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리는 사람의 손이 즐겁지 않으면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지 않아요. 물론, 즐겁지 않아도 인기작이 되기도 하지만(웃음). 그래도 일이 재미없으면 싫잖아요.
── 즐겁게 일할 때 창의성이 더 발휘되는 건 확실하니까요.
── 그 애니메이션 회사에 로봇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려면 회사의 이미지가 확립되어야겠군요.
아사오카 님이 쓴 note에는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자’, ‘단기적으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계속 도전하자’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선라이즈의 ‘기동전사 건담’ 같은 작품 말이군요.
아사오카: 맞아요, 바로 그거죠. 건담이 성공했기 때문에 선라이즈만의 이미지가 생겼지만, 만약 다른 작품이 히트했다면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회사가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Pikalo의 이미지가 될 작품이 어떤 장르의 작품이 되든 저는 기쁠 거예요. BL이든, 개그든, 스포츠든 뭐든 좋아요.
── 그 결과, ‘선라이즈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라는 사람들이 선라이즈로 모이는 것처럼 ‘Pikalo에서 그리고 싶어!’라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거군요.
상징적인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 업계 전체적으로도 Pikalo와 같은 스탠스를 가진 레이블이나 스튜디오가 더 많이 생겨나고, 그것이 스탠더드가 되는 것이 좋겠네요.
아사오카: 그렇게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 인기 있는 웹툰 작품들은 로맨스 판타지나 무쌍물이 많은데 과연 애니메이션화했을 때 굿즈가 팔릴까? 2차 창작을 하고 싶어질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을 글로벌하게 확장할 때 캐릭터 비즈니스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고, 그건 곧 그 캐릭터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캐릭터인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 확실히 지금 웹툰에는 IP화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사오카: ‘원피스’를 세로로 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고, 세로로 읽을 필요도 없잖아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맥락과 IP화의 맥락은 양립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일본 웹툰을 북미나 유럽, 아시아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태어난 상징적인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을 앞으로 5년, 10년 내에 만들어내지 않으면 ‘딱히 세로 읽기가 아니어도 되잖아?’라는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웹툰만의 상징적인 작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장을 크게 확장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준비 중인 신작. 이세계로 환생한 아이돌 팬이 프로듀서가 되어 개성 넘치는 마족 멤버들과 아이돌 유닛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 반대로 말하자면 ‘웹툰만의 특성을 갖추면서도 IP화에도 적합한 작품’은 반드시 탄생한다고 확신하고 계신 거군요.
── 실제로 가로 만화에서 가능하지만 세로 만화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있나요?
──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출 면의 이야기잖아요. 작품 그 자체가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맞아요. 그래서 그동안 모두가 ‘세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장르에서 히트작이 나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Pikalo에서 웹툰 크리에이터 모집 중!!
pixiv, KADOKAWA, LOCKER ROOM이 공동 운영하는 WEBTOON 출판·제작 레이블인 Pikalo(피카로)에서 웹툰 크리에이터를 대대적으로 모집 중입니다!!
개인 크리에이터로서 혼자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분도,
특정 제작 과정만을 담당하고 싶은 분업 희망 크리에이터도,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콘티 담당: 와다치 작가님
Q1. Pikalo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A. 취미였던 그림을 일로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웹툰의 분업 형식을 알게 되었고, 제작 회사인 LOCKER ROOM에 콘티 작가로 지원하게 된 것이 계기였어요. 그러던 중 웹툰 BL 작품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원래 BL을 좋아했던 터라 ‘이건 계시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Pikalo에 참여하게 됐어요.
Q2. 참여한 소감은?
A. 가로 읽기 만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릴 수 있는 것이 웹툰인데, Pikalo에서는 특히 더 자유롭게 콘티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웃음). ‘이런 연출이 재밌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계속 담아내고 있죠.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한데, Pikalo가 여성향 장르를 중심으로 제작하는 것도 ‘나도 읽고 싶어! 그리고 싶어!’라는 의욕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Q3. ‘그래, 잊어도 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A. 주인공 두 사람이 작은 오해로 어색해진 뒤…. 라는 전개가 있는데, 보는 사람이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청춘 스토리이기 때문에 꼭 그 감정을 느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세로 읽기 형식이기 때문에 넣을 수 있는 멋진 연출도 곳곳에 있으니 그런 부분도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