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은 의식하지 않는다?! ‘외모지상주의’와 ‘싸움독학’의 T.Jun 작가가 추구하는 무조건 재미있는 웹툰
취재 및 구성 / 하라다 이치보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세로 읽기 형식과 풀컬러가 특징인 한국발 디지털 만화 ‘웹툰’. 실사화 작품이 잇따라 히트하며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죠. 일본 국내에서도 제작 스튜디오가 설립되는 등 웹툰에 관련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낯설고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은 한국에서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T.Jun(박태준) 작가님입니다. Netflix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이 결정된 ‘외모지상주의’나 ‘싸움독학’ 등의 작품으로 업계에서 굵직한 인기를 누리고 계시죠.
인기 웹툰을 만드는 비결은 과연?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자세를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웹툰의 경쟁 상대는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보게 되는 SNS
── 오늘 잘 부탁드려요. 먼저 T.Jun 작가님의 작품 실적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외모지상주의’(왼쪽)와 ‘싸움독학’(오른쪽) 한국어판 표지
── 한국의 웹툰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세로 읽기 형태의 만화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유행의 결정적인 요인은 스마트폰의 보급이죠. 누구나 언제든지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웹툰을 포함한 스마트폰용 콘텐츠가 짧은 시간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급성장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웹툰 산업은 매우 운이 좋았죠.
스마트폰과의 호환성이 높은 만큼 웹툰의 경쟁 상대는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보게 되는 Facebook이나 Instagram, 동영상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어요. SNS나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을 웹툰 독자가 되게 하는 것이 제 과제이기도 하죠.
── 웹툰은 풀컬러 세로 읽기 형식일 뿐만 아니라 ‘분업제’로 만들어지는 작품이 많다는 특징도 있죠. T.Jun 작가님께선 웹툰 제작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계시나요?

── 한국의 웹툰 작가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데뷔하게 되나요?

── T.Jun 작가님께선 어떻게 데뷔하시게 됐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었을 때 한국의 출판 만화 업계는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었죠. (※ 만화 불법 업로드가 심각해지면서 출판사와 작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만약 만화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울 게 분명해 보였어요. 저는 가난한 가정 환경 탓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먼저 부자가 되고 나서 만화가를 하자’라고 마음먹고 일단 다른 일을 시작했죠.
웹툰 업계에서 ‘편집자’의 역할이란
── 일본의 만화 업계에서는 편집자가 주로 작품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작가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데요. 웹툰 제작에서도 비슷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나요?

── 잡지 편집자처럼 웹툰 편집자도 작품을 게재하는 플랫폼 소속인가요?

플랫폼 소속 편집자도 있지만 박태준 만화회사를 비롯한 각 제작사에서도 편집자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수많은 작품이 탄생하는 웹툰 업계에서 히트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랫폼 편집자와의 소통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보다 밀접하게 논의할 수 있는 편집자도 필요하죠.
── 그럼 작가님께서도 개인 편집자가 있나요?

독자들의 공감으로 이어지는 빈곤, 루키즘, 실제 경험담
── 웹툰을 즐기는 독자들은 정말 많은 나라에 있죠. 작가님께서는 어디까지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작품을 제작하시나요? ‘번역하기 어려운 소재는 피하자’ 같은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한 번도 없어요. 만약 제가 해외 진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외모지상주의’나 ‘싸움독학’ 같은 작품은 그리지 않았겠죠. 제가 가장 상상하기 쉬운 건 ‘한국 독자들은 어떤 걸 재밌어할까?’예요. 자국 독자들의 재미를 철저하게 추구했더니 결과적으로 해외 독자들에게도 재밌는 작품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액션 만화를 잘 그리는 편이라 그 부분은 해외 진출에 유리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액션이라는 장르는 많은 나라에서 인기 있는 장르니까요.
‘외모지상주의’가 Netflix에서 애니매이션화, 12월부터 전세계 공개
── T.jun 작가님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액션 묘사인데요. 격투기 같은 걸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일본 만화를 보고 격투기를 배웠어요(웃음). 그렇지만 최소한의 검증은 필요해요. 너무 현실감 없는 묘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 종합 격투기 선수분들께 많은 조언을 받았어요.
── 작품 속에 루키즘이나 빈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로서 의도하신 건가요?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자수성가했고, 외모도 노력해서 갈고 닦았어요. 의식적으로 작품을 통해 사회에 문제를 제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제 실제 경험을 작품에 녹이고 있어요. 그런 실제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더 공감해 주시는 걸지도 몰라요. 만일 제가 20살에 데뷔했다면, 해외 미디어에서 인터뷰하는 작가가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웃음).

── 작품 기획은 작가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건가요? 아니면 플랫폼이 대략적인 기획을 세우고 작가님께서 구체화한 건가요?

팀 내 회의를 거쳐서 제가 짠 기획을 플랫폼 측에 제안하고 있어요.
모든 시작은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만드는 ‘강력한 아이디어'부터
── 기획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생존망’도 마찬가지예요.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의 몸이 바뀐다는 얘기는 있을 법한 얘기죠. 하지만 ‘격투기 지식이 있는 가해자의 영혼이 연약한 육체로 들어간다면?’이라는 설정이 재밌는 부분이에요.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가 장기 연재를 할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구체적으로 기획을 짜기 시작하죠.

‘인생존망’은 프로 격투기 선수 경험이 있는 전 학폭 가해자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괴롭혔던 학생이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 ‘싸움독학’은 학폭 피해자인 주인공이 일진들과 싸우고 그 모습을 촬영하면서 유튜버로 성공하는 스토리죠. 격투 만화에 유튜버라는 소재를 가져오는 게 굉장히 현대적이라고 느꼈어요. 이 아이디어는 ‘유튜버=인기’라는 마케팅적인 시각에서 탄생한 건가요? 아니면 단순히 재미를 추구한 건가요?



저도 소년 만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만화를 보다 보면 ‘대체 왜 일부러 싸우는 거지? 좋을 것도 없는데?’라고 지적하고 싶을 때가 꽤 있어요(웃음). 싸움 영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를 만들어 놓으면 독자들도 주인공의 싸움을 이해하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작품성와 상업성의 밸런스
──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연재가 점점 연장되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를 대비해서 유연하게 조정하기 쉬운 스토리텔링을 의식해서 만드시는 편인가요?

── 모든 플랫폼이 작품마다 댓글란을 열어두고 있는데요. 독자들의 감상에 따라 작품 전개를 바꾸기도 하나요?

── ‘현재 웹툰 업계는 조회수 지상주의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개성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가의 개성과 상업성의 균형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는 기존의 히트 작품을 기반으로 한 작품 제작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에 작가의 개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저 역시 제 작품에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겠지만, 작가의 개성과 상업성을 극단적으로 구분하여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박태준 만화회사의 제작 체계
── T.Jun 작가님께서 운영하고 계신 박태준 만화회사의 제작 체계를 알려주세요.

박태준 만화회사의 제작 체계는 크게 4가지 스타일이 있어요. 먼저 회사 소속 작가인 T.Jun이 외부 작가와 협업하는 방식이죠. 두 번째는 T.Jun과 회사 소속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방식이고, 세 번째는 T.Jun 없이 회사 소속 멤버들이 작업하는 방식이죠. 마지막으로 기존 작품의 유통을 회사가 대행하는 방식이 있어요. 현역 작가가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작품 제작의 노하우가 있고, 작가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부해요.
── 한 명의 프로듀서가 진두지휘하는 제작 방식에서, 실질적으로 현장을 이끄는 역할인 치프 프로듀서를 프로듀스 밑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 일본에서도 자체 제작 웹툰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작가뿐만 아니라 웹툰에 대한 지식이 있는 편집자를 늘려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웹툰 편집자에게 필요한 스킬은 무엇일까요?

출판 만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작가들의 흥미, 성향 등을 파악하고 비즈니스로 성립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희 박태준 만화회사는 그런 스킬이 뛰어나죠(웃음). 일본의 웹툰 업계와도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본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드는 웹툰 히트작을 기대하며
── 혹시 T.Jun 작가님 pixiv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으신가요…?

── 이용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해요! 일본 만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작품을 좋아하시나요?

── 최근 작품도 다양하게 살펴보고 계시는 군요. 일본에서는 종이 만화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웹툰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한국도 예전에 이랬나요?

── 일본 크리에이터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어떤 크리에이터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박태준 만화회사에서는 새로운 작품 제안을 모집중!

박태준 만화회사에서는 새로운 웹툰 작품을 모집중입니다.
컷 수와 페이지 수는 자유&일본로도 OK!
이름(펜네임도 OK)과 타이틀을 기재하여 단 1화 분량이라도 괜찮으니 자유로운 형식으로 웹툰 작품을 보내주세요. 확인 후 10일 이내에 답변드리겠습니다.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