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부끄’의 애니메이션화로 다양한 각도의 얼굴을 연구하다. 일러스트레이터 모모코의 열정과 앞으로의 목표

인터뷰/ 하라다 이치보
일러스트레이터 모모코의 개인전 ‘arpeggio’가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pixiv WAEN GALLERY’에서 2024년 11월 27일(수)까지 개최 중입니다. 11월 18일(월)에 발매 예정인 신작 화집 ‘arpeggio’(겐코샤 출판)의 수록 작품과 일러스트를 담당한 인기 라이트 노벨 ‘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KADOKAWA 출판)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입니다.

미술 대학에서 유화를 전공한 모모코 님에게 섬세한 빛 표현에 대한 열정과 ‘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러시부끄)’의 애니메이션화로 받은 영향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미대 재학 중 미소녀 일러스트에 눈을 뜨다
── 모모코 님은 미술 대학을 졸업하셨다고 들었어요.

── 이른바 미소녀 일러스트는 계속 취미로 그리셨던 건가요?

아뇨. 미대 진학을 고민할 때쯤에는 캐릭터 일러스트는 거의 그리지 않았고, 대학에서도 꽃이나 사물만 그렸어요.
저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원래 좋아했지만, 집에서 엄격하게 제한을 둬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거든요.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그런 콘텐츠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미소녀 일러스트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여자아이 그림을 많이 그렸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캐릭터 일러스트를 다시 그리고 싶다는 흥미가 생겼어요.
── 그렇다면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대학 이후인가요?

네. 대학 시절부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꽤 늦게 시작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2012년에 업로드한 오리지널 일러스트
── 대학 졸업 후에는 게임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포토샵 사용법을 전혀 몰랐는데, 회사에서 미친 듯이 주입해 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웃음).
── 그 후, 어떻게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셨나요?

가끔 회사 업무 중에 그림을 그릴 일이 있었는데, 역시 그림을 그리는 건 정말 즐겁더라고요. 또, 업무 외에 취미로 그린 그림을 공개했더니 감사하게도 일을 의뢰받기 시작했어요. 처음 라이트 노벨 일러스트 의뢰를 받았을 때, ‘이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이 일도 계속될까?’라는 기대감도 생기면서 일러스트로 먹고살기로 결심했어요.
인상파 그림에서 영향을 받다
── 모모코 님은 과거 인터뷰에서 ‘그림자의 색을 칠할 때 곱셈 레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하나하나 색을 직접 선택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방식은 변함이 없나요?

네. 곱셈 레이어를 사용하면 색감의 폭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어서 제 그림에서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 모모코 님의 그림을 보면 윤곽선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맞아요. 저는 선이 그림을 보조하는 정도의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 특히 서양 회화에서는 윤곽선을 그리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림자의 색을 하나씩 선택하거나 윤곽선이 러프한 경우 등, 모모코 님의 그림은 화려하면서도 좋은 의미로 사람이 꼼꼼히 손으로 그린 듯한 ‘수작업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이런 특징은 회화를 배경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집일까요?

그런 것 같아요. 디지털 작업을 하더라도 제 손길 같은 느낌을 최대한 남기고 싶거든요.
── 회화 중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나요?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작품이에요. 다양한 색을 활용하면서 공기감까지 표현한 점에 매료되었어요.
── 캐릭터 일러스트에서는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크리에이터가 있나요?

칸토쿠 님이요. 소녀의 표정 등 제게 부족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계속 참고해 왔어요.
‘그릴 것과 생략할 것’의 판단 기준
── 일러스트에서 모든 부분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묘사하면 오히려 평면적인 인상을 줄 수 있죠. 모모코 님의 작품은 정교한 디테일이 매력인데, ‘그린다/생략한다’의 기준은 어떻게 정하시나요?

여러 번 비교해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 작업 중에는 자주 저장을 해요. 덮어쓰지 않고 전부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다 보니 파일이 너무 많아져요(웃음).
── 모모코 님의 작품은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 묘사는 비교적 러프하게 표현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세밀하게 묘사한 캐릭터와 러프한 배경을 조화롭게 만드는 비결이 있을까요?

명암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배경에 사용한 색을 캐릭터에도 조금 섞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배경에 파란색을 사용했다면, 그 색을 캐릭터의 머리카락에 살짝 넣어주면 전체적인 조화가 잘 맞고 ‘캐릭터가 그 공간에 존재한다’는 느낌이 더 잘 드는 것 같아요.
── 식물이나 풍경 등 캐릭터 외의 요소에서도 세심함이 느껴지는데, '사실 이런 건 그리기 힘들다'는 게 있나요?

건축물이나 기계 같은 무기물, 좌우 대칭인 것들을 그리는 게 어려워요….
── 의외네요! 캐릭터의 소품이나 의상의 다채로움도 놀라운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볼 때, 옷이나 음식 등 ‘괜찮은데?’ 싶은 건 바로바로 저장해 두는 편이에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여캐를 그리는 게 좋아
── 섬세한 빛 표현이 인상적인데, 라이팅은 어느 단계에서 결정하시나요?

상황을 구상하다 보면 ‘여기서 빛이 들어오니까 저녁쯤인가?’, ‘밤이네’ 같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러프 단계에서 결정돼요. 러프를 그릴 때 빛과 색도 전부 정하고 나면 이후에 바꾸는 일은 거의 없어요.
── 러프 단계에서 전부 결정하는 타입이군요. 그렇다면 러프 작업에 많은 시간을 들이나요?

러프 그리는 게 가장 즐겁긴 하지만,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건 선 따기 작업이에요. 특히 얼굴 주변과 머리카락을 그릴 때 많은 시간을 써요. 입의 각도만 해도 열 번 정도 바꿔보면서 어떤 게 가장 귀여울지 고민하기도 하죠.
── 작업 속도는 빠른 편인가요?

배경 없이 상반신만 그릴 때는 정말 빠른 편이에요. 하지만 전신이나 배경이 들어가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이번 개인전 메인 비주얼은 꽤 공들여서 작업했는데, 약 20시간 정도 걸렸어요.
── 배경이 있어도 꽤 빠른 편으로 느껴지는데요…! 그런데 모모코 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여성 캐릭터의 배를 그리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그런가요?

엄청 좋아해요(웃음). 그 외에는 허리 라인이나 손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역시 표정을 그리는 게 가장 즐거워요.
── 단순한 희로애락을 넘어, 여러 감정이 섞인 듯한 표정이 많은 것 같아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여자 캐릭터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상황을 구상하면서 ‘이 아이는 지금 이런 기분일까?’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표정이 정해져요. 실사 사진이나 초상화도 참고하고 있어요.
‘러시부끄’ 애니메이션화로 얻은 새로운 발견
── 일러스트를 담당하신 ‘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러시부끄)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면서 즐거운 캐릭터와 어려운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아랴 양을 그리는 게 가장 즐거워요. 밝은 머리카락 색을 가진 캐릭터는 빛 표현을 하기 쉬워서 좋아하거든요. 반대로, 남성 캐릭터는 항상 고민하면서 그려요. 특히 아저씨 캐릭터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애니메이션 방영으로 인기 급상승 중인 러시부끄
── 담당하신 작품이 애니메이션화된 건 러시부끄가 처음인가요?

네. 제 그림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새로운 발견이 많았어요. ‘영상으로 만들 때 이런 식으로 디포르메를 하는구나’라든지, ‘이 각도의 얼굴은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같은 걸 배웠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더 다양한 각도에서 캐릭터를 그릴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고 느꼈고, 가끔 새로운 각도를 연습하게 됐어요.
── 미소녀 일러스트 분야에서는 주로 캐릭터의 얼굴이 확실히 보이는 구도가 많이 쓰이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대각선 위나 아래에서 본 구도나 ‘조명을 이 위치에 두면 어떻게 될까?’처럼 평소 잘 안 쓰는 구도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2024년 6월에는 러시부끄 일러스트를 모은 모모코 님의 화집도 발매되었다.
──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으신가요?

슬럼프에는 별로 빠지지 않는 편이에요. 물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늘 완벽한 상태인 사람은 없으니까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때의 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항상 100점을 목표로 하면 지치기 마련이니까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100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 그렇군요…. 바쁜 일정 속에서 작업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도 하시나요?

제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싶어서 작업 단계를 시간으로 구분하지는 않아요. 대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껴지면 미련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편이에요.
── 본인은 신경 쓰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맞아요. 정말 고민한 끝에 친구에게 ‘이걸 이렇게 바꿔봤는데, 어때?’하고 물었더니 ‘별로 차이를 모르겠는데…’라는 답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너무 세세한 부분에 집착해도 소용없다는 걸 느껴서, 그만큼 다음 작업으로 빨리 넘어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개인전 메인 비주얼에 담긴 ‘베네치아 사랑’
── 이번 개인전 ‘arpeggio’의 메인 비주얼과 11월 18일(월) 발매 예정인 신작 화집 표지가 모두 베네치아 풍경을 담고 있더라고요.

운하와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 도시의 따뜻한 색감 등 베네치아를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꼭 가야지!’라는 마음을 담아 그렸어요(웃음). 내년에는 꼭 가보고 싶네요.
11월 18일(월) 발매 예정인 모모코 님의 신작 화집 ‘arpeggio’(겐코샤 출판). 표지를 장식한 오리지널 캐릭터 히요리.
── 개인전 메인 비주얼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의 운하를 지나가는 영상을 보다가 ‘빨래가 널린 이 풍경을 그리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를 그려보고 싶더라고요. 평소에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배경을 제대로 묘사해 보는 데 도전했어요. 특히 건물 벽의 오래된 질감 같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화집 표지와 연결되도록 개인전 메인 비주얼에도 오리지널 캐릭터 ‘유카리’를 그렸어요. 사실 이전 개인전 메인 비주얼과 유카리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똑같은데, 이 점을 알아봐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2019년 WAEN 갤러리에서 열린 모모코 님의 첫 개인전 ‘espressivo’의 메인 비주얼
── 이번 개인전의 내부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셨다고 들었어요.

지난번 개인전은 비교적 심플했는데, 이번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살려달라고 요청했어요. 제가 생각한 대로 잘 완성될 것 같아서 저도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 다양한 굿즈도 판매될 예정인데, 특히 기대되는 건 어떤 것인가요?

우선 라이트 글리터 가공 아트가 기대돼요. 반짝이는 소재가 새롭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설레요. 제 일러스트가 의류로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롱 티셔츠도 꼭 한 번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모코 님의 FANBOX에서 개인전의 모습을 직접 해설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공개로 누구나 읽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보세요.
── 최신 화집의 볼거리도 소개해 주세요.

첫 화집 ‘arietta’(겐코샤 출판)가 나온 지 약 5년 만인데, 디테일과 색감 표현이 그사이에 많이 달라졌어요. 제 그림이 더 섬세해졌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릴 수 있는 소녀 캐릭터의 종류도 그때보다 훨씬 늘었으니, 꼭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의뢰 작업과 오리지널 작업 모두 화집에 실려 있는데, 앞으로는 어떤 비율로 작업하고 싶으신가요?

반반으로 해나가는 게 이상적이에요. 의뢰 작업은 평소에 그리지 않는 걸 그릴 수 있어서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힘들더라도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느껴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을 알려주세요.

3D 크리에이터 친구가 많아진 데다 러시부끄의 애니메이션화 영향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지금까지 VTuber 디자인을 몇 번 맡은 적은 있지만, 언젠가 3D 모델을 직접 만들어서 움직이는 것까지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가끔 취미로 색연필이나 코픽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데, 아날로그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흥미가 있어요. 그리고 '베네치아에 여행 가기!'도 있겠네요(웃음).
11월 27일(수)까지 개최! 모모코 개인전 ‘arpeggio’
픽시브와 트윈플래닛이 공동 운영하는 갤러리 ‘pixiv WAEN GALLERY’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모모코 님의 개인전 ‘arpeggio’가 2024년 11월 27일(수)까지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화집 ‘arpeggio’(겐코샤 출판)에 수록된 작품과, 모모코 님이 일러스트를 담당한 인기 라이트 노벨 ‘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KADOKAWA 출판)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전시 공간을 선보입니다. 이 특별한 기회에 꼭 방문해 보시길!
개최 기간: 2024년 11월 8일(금)~11월 27일(수)
입장 무료
장소: 도쿄도 시부야구 진구마에 5-46-1 TWIN PLANET South BLDG. 1F
영업시간: 12:00~19: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