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오히려 젊은이에게 자신감과 희망이 된다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첫 동인 행사 참가, ‘아줌마’라고 싫어할까 봐 걱정돼요.
제 첫 행사 데뷔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30대 초반이었어요.
‘30대에 메이저 장르 행사 데뷔라니 정말 괜찮을까?’ 걱정도 했죠. 하지만 막상 참가해 보니 ‘10년 전에 다른 장르에서 만났던 전우를 도검난무에서 재회하다니!’ 현상을 3번 정도 겪었답니다.
그 당시에도 30대는 꽤 많았다는 뜻이죠.
게다가 일본은 지금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이고 이에 비례해서 모든 산업이 고령화되고 있어요.
평균 연령이 올라가지 않은 장르는 ‘초중학교’ 말고는 없을걸요?
실제로 성인 여성 타겟 상품이 늘어난 것도 성인 여성 자체가 인기라기 보다는 저출산 고령화로 평균 연령이 올라간 고객들이 ‘자신과 동년배’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성인 여성을 타겟으로 한 상품이 늘어났다고 해요.
이제 ‘동인 행사엔 젊은 사람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중장년층이라는 걸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예요.
적어도 젊은 사람들 속 ‘중년 함유율’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예요. 그러니 나 혼자만 너무 아줌마인 상황은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중장년층이 세력을 떨치고 있는 이 고령화 사회에서 고작 40대 정도로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어요.
주역은 어디까지나 19금 동인지
일단 저는 지금까지 참가한 행사의 ‘참가자 나이’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고등학생이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전혀 기억도 안 나고 연령차 같은 걸 느끼지도 않았으니, 흑역사도 아니고 그저 좋은 추억이죠.
다른 참가자들의 나이를 왜 기억하지 못하냐면 말이죠. 당시 저는 ‘우와~ 여기는 여자만 있네!’하고 사타구니를 탕탕 쳐보지 않아도 남녀 구분을 할 수 있게 된 손오공 정도의 레벨이었고, 애당초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에요.
물론 부스 참가를 해서 부스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죠. 그렇지만 ‘부모님 얼굴보다 더 많이 본 샘플’ 표지 실물을 발견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한 반면, ‘그걸 내준 사람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관객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19금 동인지 혹은 전연령 동인지를 위해 오는 거랍니다. 그러니 당장 해야 할 일은 ‘얼굴에 히알루론산’이 아니라 ‘탱글거리는 수의 유두’ 같은 작품을 연마하는 일이 아닐까요?
좋은 작품이라면 그것을 판매하는 사람은 ‘신’이나 다름없어요. 거스름돈을 주는 손이 쭈글쭈글해서 안 샀다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아줌마라는 이유만으로 화제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2차 창작의 세계에서는 조리돌림이나 공개 저격 같은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공격받는 일도 흔하죠. 행사에서 참가자가 몰매를 맞는 경우도 있고요.
‘내가 그렇게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은 2차 창작자나 행사 참가자라면 누구나 크든 작든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행사 초보에다가 눈에 띄는 나이라면 더욱 불안하시겠죠.
그렇지만 그들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아요. 남들보다 조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교실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죠. 교실을 장악하고 싶다면 주변의 19금 동인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비상식적이지 않으면 힘들어요.
옷을 입고 않고 있거나 엉덩이가 얼굴보다 더 앞에 나와 있는 표지처럼 흔히 볼 수 있는 비상식 끝판왕 19금 동인지를 능가하는 수준의 비상식은 ‘비상식적인 일을 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소심한 사람에겐 애초에 무리겠죠.
하지만 일반적인 매너와 행사 매너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아요. ‘금박 표지는 3년 차부터’, ‘계급마다 정해진 키홀더 수’ 같은 이해하기 어렵고 특이한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알몸으로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법을 모른다면 악의 없이 나갈 수도 있듯, 행사 규칙이나 매너에 관해서 미리 공부해 둘 필요는 있겠지만, 모두 상식이 있다면 지킬 수 있는 정도의 룰이니 걱정마세요. 아이를 키워본 엄마이자 사회인이라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나이가 달라도 이야깃거리는 얼마든지
동지들과 말이 통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알 것 같아요. 확실히 일반적인 10대, 20대와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죠. ‘요즘 애들은 TV보단 유튜브지?’라고 말하곤 말문이 막히거나 억지로 분위기를 맞추려다가 오히려 분위기를 망치는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긴 하거든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들과는 ‘최애 장르’라는 더할 나위 없는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있잖아요. 오히려 이 얘기를 빼면 무슨 의미가 있죠?
물론 혼자만 연장자라면 주위 모두가 신경을 쓰는 바람에 평소보다 덕질 엔진에 불이 조금 늦게 붙을 수도 있겠죠.
그게 걱정된다면 ‘좋은 사장님은 분위기를 위해 2차에 가지 않는다’ 작전을 써서 교류는 행사 내에서만 하고 뒤풀이에 참여하지 않거나, ‘애들 밥을 하러 가야 해서 30분만 있을게요’ 같은 엄마의 스킬을 발휘해서 행사가 끝나면 빨리 집에 갈 수도 있겠죠.
아니면 행사장에서 천천히 엔진을 가열시켜 놓고 친근하게 ‘와아, 아줌마!’라고 불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참가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행사의 본분은 어디까지나 책을 내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참가를 포기할 정도로 주변 시선이 걱정된다면 처음부터 목적만 생각하고 가는 편이 더 마음 편하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도 괜찮구나’라는 좋은 자극
어찌 됐든 나이를 이유로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행사 참가를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한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는 관객들의 연령층이 높아서 공연장 곳곳에 배리어 프리를 신경 쓰고,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휠체어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해요.
그 모습을 보고 ‘다 죽어가면서 콘서트나 보다니 한심하군’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히려 몸이 불편해도 콘서트에 가도 된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혹시 당신을 아줌마라는 이유만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도 언젠가는 아줌마가 되고 늙어갈 것이라는 섭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라는 소리겠죠. 어른이 아이가 하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상처 입을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이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이가 들든 가정이 있든 계속 활동할 수 있구나’라는 좋은 자극이 될 거예요.
본인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취업과 함께 봉인해 둔 세계가 육아를 하면서 다시 부활한 것도 모자라, 40대의 나이에 2차 창작과 행사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육아를 하다가 대학에 재입학해서 해외 유학하기’에 맞먹는 정도의 스토리 아닌가요? ‘인생은 지금부터다!’라는 좋은 사례를 실천하고 계시니 부디 당당하게 참가해 주세요.
오히려 불안해하면 섞이지 못하 법. 당당하게 나선다면 언젠가 그게 당연한 일이 되고, 나이 드신 분들은 물론 죽음을 앞두고도 19금 동인지를 사러 오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즐기고 오시길 바랍니다.

↑일본어 이외의 고민 상담도 환영합니다.


저는 40대 글쟁이고, 서비스 종료된 게임의 마이너 장르를 파고 있어요. 다행히 동지를 만나서 다음 달에 온리전을 개최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게 고민이랍니다.
저는 10대 때부터 덕질을 했지만 사회인이 되면서 모든 걸 봉인했죠. 그 후 아이를 키우며 풀타임으로 일하던 30대 후반에 게임에 빠지게 됐어요.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최애 커플을 만나 작품을 쓰는 게 너무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SNS나 2차 창작에는 무지한 신입이에요. 게다가 현실에서 동지들을 만나면 모두 저보다 어려서 말도 안 통할 것 같고, 저의 아줌마 같은 모습에 실망할 것 같아서 우울해요. 지금은 신간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참가하지 말까’, ‘히알루론산 주사라도 맞을까’하고 고민하게 되네요. 부디 재밌게 참가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