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오타쿠, 주변과 비교하며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해요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30대, 주변과 비교하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싶어져요
‘나처럼 중3인데 고어물 보는 썩은 오타쿠가 또 있으려나? 없겠지ㅋㅋ’
이 문장은 중학생 특유의 ‘나만 특별하다’는 의식을 아주 잘 드러낸 명문인데, 30대를 넘기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태로 고민하게 됩니다.
‘나처럼 30대가 되어서도 좋아하는 남자들의 해피 러브 망상을 하고 있는, 말 그대로 썩은(웃음) 사람이 또 있을까(이하 생략)’ 같은 식으로 말이죠. 중학생 때는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걸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우월감을 느꼈다면,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자기만 주변에 비해 언제까지나 철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급해지게 되는 거죠.
다만 두 경우 모두 ‘이런 건 나밖에 없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내가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나만 특별하다’는 상태가 쉽게 성립하지 않듯이,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상태도 사실 쉽게 성립하지 않아요. 아무리 소걸음 전법으로 느리게 가도, 반드시 보폭 맞춰 따라오는 놈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과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또래는 정말 많아요. 오히려 다수파라고 해도 될 정도죠.
적어도 30대에 ‘또래나 연상 창작자가 없다’ 같은 말을 하면 ‘내가 안 보이냐’며 존재감을 불태우는 창작자들이 우르르 튀어나올 겁니다.
하지만 빨간불이라도 다 같이 건너면 트럭에 치여도 다 같이 사는 건 아니겠죠. 오히려 요즘은 혼자 치이는 게 이세계 회귀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으니, 비슷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닐 겁니다.
애초에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의 상황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20대를 소득세 1원도 안 내는 완전 무직 상태로 보내고, 지금까지 한 거라고는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들 망상뿐이었다면 조금 초조해지는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아마 지금까지 제대로 일을 하며 살아왔겠죠.
결혼이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다면 나이적으로 고민이 많아질 시기인 것도 맞지만, 당신은 이미 연애나 결혼에 대한 동경이 없다고 스스로 분석까지 끝낸 상태입니다.
‘아니, 세상에는 너보다 더 초조해해야 할 인간이 있지 않냐?’ 하고 책상을 치며 여기 없는 누군가를 대신 혼내고 싶어질 정도의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당신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겠죠.
초조해지는 건 그걸 ‘정체’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마 당신은 지난 10년 정도를 ‘일과 취미인 2차 창작’으로 채워진 일상 속에서 살아온 게 아닐까요. 진급이나 진학, 취업처럼 주기적으로 큰 이벤트가 있었던 학생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변화가 적은 나날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그리고 그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상’을 ‘정체’라고 착각해서, ‘아무 성장도 못 한 채 30대가 되어버렸다’고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요.
허공만 바라보며 10주년을 맞이한 거라면 정말 아무 성장도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계속 일을 해왔으니 업무 능력도 늘었을 거고, 사회인으로서의 경험도 충분히 쌓였을 겁니다.
그런데 또래 중에는 결혼이나 육아라는, 도박성이 높은 초대형 신규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죠. 그러다 보니, 그들에 비해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은 ‘경험치’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확실히 자기 일과 취미만 반복하는 삶은 익숙해지고 나면 슬라임만 계속 잡는 나날처럼 느껴져서, 레벨업하고 있다는 실감이 잘 들지 않아요. 그에 비해 가정이라는 바라모스 성을 공략하고 있는 사람들은 쑥쑥 레벨업하고 있는 것 같고, 나만 영원히 아리아한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하지만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 다 자기 삶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때문에 충분한 경력을 쌓지 못했다고 불안해하기도 하고, 자기 취미에 쓸 시간이 없다고 괴로워하기도 하니까요.
솔직히 요즘 시대는 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너무 많아서 누구나 하나쯤은 큰 ‘경험치 미회수’가 발생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30~40대쯤 되면 한 번쯤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아직 얻지 못한 경험치만 바라보고 있으면, 자기 레벨이 주변보다 한참 낮다고 착각하게 되죠. 그러면서 ‘가상의 남정네들의 연애를 망상할 시간에 네 인생이나 챙겨라’ 같은 식으로 제일 먼저 자기 취미부터 부정하게 되는 거죠.
그보다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경험치 쪽을 보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설령 또래보다 얻은 경험치가 적다고 해도,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맞는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만약 당신이 불안감 때문에 억지로 연애나 결혼 경험치를 얻으려 든다면, 감당 범위를 넘어버리거나 혹은 현실 인간이라는 상성 최악의 적을 상대하다가 경험치는커녕 건강만 잃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일도 취미도 다 무너지겠죠.
강대한 적과 싸우는 건 용사가 하는 일이에요. 보통 사람은 자기가 죽지 않을 상대를 골라서 자기 방식대로 경험치를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당신은, 매일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적을 쓰러뜨리고 있고, 2차 창작이라는 잘 맞는 취미도 찾았고, 결혼이나 연애처럼 죽을 것 같은 상대는 피해 가고 있는 셈이니 전략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아요.
게다가 당신은 40대인 저조차 아직 획득하지 못한 ‘부모님께 효도하기’라는 경험치까지 이미 쌓고 있는 것 같으니 오히려 하이스코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차근차근 쌓아가세요.













30대의 2차 창작 글러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혼 상대를 찾거나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키우고 있는데, 저만 여전히 좋아하는 남자들의 해피 망상을 펼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SNS를 보다 보면 왠지 ‘세대교체’가 된 것처럼 점점 어린 사람들이 메인 창작자가 되고, 또래거나 연상인 창작자들은 사라진 것 같은 외로움도 느껴지네요.
연애나 결혼에 대한 동경은 없고, 오히려 현실 인간에게는 거리감을 느끼는 편이라 앞으로도 계속 독신으로 살 것 같은데, 저만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고 주변 사람들은 점점 앞으로 나아가 버리는 것 같아서 불안해요. 최근에는 다른 2차 창작자들의 SNS에서 연인이 있거나, 가정이 있는 듯한 글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2차 창작만 하는 건 아니고, 일도 하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면서 살고 있어요. 사는 방식은 그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해서 남의 인생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막상 제 자신에 대해서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같은 고민이 생겨서 2차 창작이나 망상에 몰두할 기분조차 들지 않게 되네요.
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