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한 좋아요 수, ‘이제 나 끝난 거 아냐?’라는 불안감을 없애려면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좋아요 수가 예전 작품만 못하다
마지막에 스스로 답을 내리셨네요. 맞아요, 이건 일론 머스크 탓이에요.
그러니까 일론 머스크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쿨하게 포기하고, 동시에 진짜 흑막이 누구인지 눈치챈 나 자신의 통찰력을 칭찬해 줘야 해요. 그리고 그 관찰력을 앞으로의 창작에 잘 활용해 보자고요.
실제로 ‘자기 자신이나 주변 탓을 하느니 차라리 정체불명의 거대한 무언가 탓으로 돌려버리는 자세’는 꽤 중요하답니다.
물론 ‘잘 안되는 건 내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말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걸 인정한다고 해서 당장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내 주변 사람들이 내 능력을 인정 안 해줘서 그래!’라며 가까운 누군가를 탓하면 감정만 상하죠.
그러니 차라리 정치 때문이라든가 너무 크고 무겁고 두꺼워서 누구도 제대로 반박하기 어려운 대상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제일 무난해요.
하지만 정치를 비판하면 ‘그렇게 싫으면 일본을 떠나라’ 같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불만이면 다른 SNS로 옮기면 되잖아? 애초에 X에다 일론 머스크 욕 써놓는 거 안 부끄러워?’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죠. 그럴 땐 ‘스레드도 잠깐 안 본 사이에 자기들끼리 밈 잔치나 하고 그랬으니 거기서 거기지’라고 받아칠 수밖에요.
다행히도 당신은 2차 창작을 하니 책임을 ‘원작’이라는 더 큰 존재한테 미룰 수도 있어요.
2차 창작은 원작의 흐름에 많이 휘둘리기 때문에, 단순히 원작 인기가 좀 잦아들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작품 수가 늘고 시간이 지나면 반응 수치가 점점 떨어지는 건 자연의 섭리예요.
아무리 인기작이라 해도 ‘2권 부록은 2조 원입니다!’ 같은 게 아닌 이상 보통은 2권이 1권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일은 없거든요. 권수가 늘수록 판매량은 줄어들죠.
같은 커플링으로 계속 작품을 올리다 보니, 단순히 그 당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비교에는 끝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 계속 같은 커플링을 그리고 있고, 똑같이 일론 머스크의 디지털 가스라이팅을 받고 있는 저 사람은 왜 좋아요 수가 줄지 않았지? 라며, 이번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책하게 되겠죠.
펀쿨섹좌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의 명언집에 ‘창작은 지옥이에요, 진짜 헬이에요’ 같은 말이 들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창작은 정말 지옥이에요. 그리고 이 지옥이 특히 더 끔찍한 점은 바로 끝이 없는 ‘무간지옥’이라는 점이죠.
특히 ‘비교’라는 건 끝이 없어요. 항상 위에는 더 위가 있고, 운 좋게 꼭대기에 올랐다 해도 그땐 또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신예들과의 비교가 시작되죠.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간신히 벗어나더라도 이번엔 또 과거의 자기 자신과 비교하게 되죠. 끝없는 반복이에요.
비교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 게 제일이지만, 그건 거의 ‘깨달음을 얻어라’는 수준이라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러니 비교가 시작됐다 싶으면 ‘이건 의미 없는 짓이다’라는 걸 얼른 깨닫고 멈추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요.
혹시 앞으로 과거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해도, 그땐 또 그 작품이랑 비교하게 될 거예요. 그 비교는 좋아요 수가 전 세계 인구를 넘을 때까지 계속될걸요.
‘허무함’이라는 감정은 모든 행동을 멈추게 할 만큼 강력해요. 허무함에 빠져서 창작을 그만두는 사람도 정말 많고요. 그 허무함을 창작이 아닌, ‘비교’라는 행위에 돌려보는 건 어때요?
애초에 왜 과거의 나랑 비교하면서 조급해지는 걸까요?
아마 ‘나는 이제 끝난 거 아닐까…’라는 불안 때문이겠죠.
상업 작가에게 ‘끝났다’는 곧 굶어 죽음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라서, 당연히 고민하게 돼요. 하지만 취미로 2차 창작을 하는 사람이 그것을 걱정하는 건, 다시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애초에 ‘끝났다’는 게 대체 뭘 말하는 건지도 모호하고요.
한물간 상업 작가가 연재가 끝나고 새 일이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좋아요 수가 세 자리 아래로 떨어졌다고 해서 장르에서 퇴출당하거나, 손이 터져서 더 이상 그림을 못 그리게 되는 그런 룰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무도 안 봐주고, 장르에 자기 혼자만 남아 있더라도 그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그리고 올릴 수 있는 게 바로 ‘즐기는 창작’이에요.
물론 창작의 즐거움 속에 ‘타인의 평가’도 포함되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 비중이 너무 커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을 다 끝내고 느끼는 뿌듯함이, 숫자 때문에 깨져버린다면, 지금 당신은 창작 자체의 즐거움과 타인에게 평가받는 기쁨이 서로를 갉아먹고 있는 상태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한 번쯤은 ‘다 떨어져 나가도 괜찮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 진짜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나 역시 첫 작품을 넘지 못했다
저는 만화가로 데뷔한 지 15년쯤 되었지만, 사실 한 10년 동안은 데뷔작의 판매 부수를 넘지 못했어요. 게다가 전자책 시장에 진입하면서 수치 자체가 흐릿해져서 지금도 넘지 못했다는 설조차 있고요.
물론 저도 ‘이제 끝물인가…’라는 고민을 했고, ‘예전의 내가 더 재밌었던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옛날 스타일로 다시 그려보려 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데뷔작이 그렇게까지 잘 팔린 것도 아니었어요.
예전 작품을 리메이크해서 먹고살 수 있는 건, 그게 다시 데워 먹어도 맛있는 명작이기 때문이고, 딱히 그렇지도 않은 작품을 다시 데워봤자 발암물질만 생겨나겠죠.
결국 저는 끝난 게 아니라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였던 거예요.
당신도 과거의 자신이 피크였다고 생각하니까, 지금의 자신이 하향세라고 느끼는 거 아닐까요?
창작이라는 건 애초에 무간지옥이라 도착점이 없어요. 과거는 출발점이거나 그냥 중간 지점일 뿐이라서 자꾸 뒤만 돌아보면 당연히 속도도 떨어지게 되죠.
물론, 출발 속도의 기록을 영영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계속 달리는 이상, 기록을 다시 깰 가능성은 언제든 남아 있어요.
무간지옥인 동시에, 죽을 때까지 희망도 존재하는 것이 바로 창작이에요.
그래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중독성이 있고, 한 번 손을 대면 끝이라는 점에서 창작은 중독성이 아주 강하죠. 황홀함과 고통 사이를 오가며 죽을 때까지 같이 해봐요.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인기 시리즈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문학춘추 출판)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화 되었습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걱정돼요’, ‘마이너 장르라 독자들이 별로 없어요’, ‘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최애를 죽이고 마는 모순과 고뇌’ 등 인기 상담은 물론 신작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습니다.



카레자와 작가님의 칼럼 매번 재밌게 보고 있어요.
저는 2차 창작 만화를 그리는 사람인데요, 처음 이 장르를 시작했을 때 비해 좋아요 수가 줄어든 것 같아요.
커플링 자체가 워낙 인기 있는 조합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창일 땐 만화에 좋아요가 1만~3만 넘게 달리기도 했거든요.
평소엔 일러스트는 잘 안 그리고, 가끔 만화를 올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공들여 그린 만화도 반응이 별로고, 좋아요가 몇천에서 멈추더라고요.
커플링 규모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본 거긴 한데, 자꾸 예전의 반응이랑 비교하게 돼요.
팔로워 수도 적은 편은 아니고요.
내가 올리는 방식이 잘못된 건지, 사람들이 질린 건지, 아니면 그냥 반응 좋았던 만화가 진짜 재미있어서였던 건지, 혹시 일론 머스크 때문인 건지….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방법, 제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