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없어서 창작이 힘들어요’ 그 이유라면 포기하는 수밖에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체력이 없어서 창작이 힘들어요
먼저, 비교 대상으로 삼은 곤충이 꽤 강하다는 점에서, 당신은 아직은 멀쩡하다고 생각해요. ‘체력이 똥’이라는 말처럼 에너지를 다 써버려 어휘력까지 불타 없어질 즈음부터가 진짜 시작이거든요.
제 관찰에 따르면 창작에 몰두하는 사람일수록 ‘무언가가 부족해’라는 고통을 더 자주 겪는 경향이 있어요. 이건 성장할수록 길어진 뿔이 결국 뇌를 찔러 죽어버리는 동물 같은 일종의 버그예요. 자신이 창작을 좋아하고 열정을 쏟는 한 그 부족함은 아마 절대 해소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끝이 없다면 어느 시점에선 포기해야 하고 혹은 ‘이 갈망이야말로 창작의 묘미’라는 식으로 자기 착취 멘트를 날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포기하려 해도 그 타이밍을 알 수 없어서 미련을 놓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은 게 현실이에요.
그럼 도대체 뭘 못 채워서 괴로운가 하면, 창작하는 사람 대부분은 기술과 재능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해요. 창작이란 건 결국, 내 뇌 속에 있는 내가 생각하는 최강의 최애라는 존재와 손이라는 출력 장치가 전혀 맞물리지 않는 데서 오는 충격에서 출발하는 작업이니까요.
이때 ‘나는 재능이 부족하구나’라고 쿨하게 인정할 수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할 수 있지만, 왜인지 대부분은 ‘노력이 부족했어’라고 하면서 겉보기엔 겸손하지만, 속으로는 ‘노력만 하면 난 할 수 있어’라는 착각을 해버리죠. 그리고 ‘노력할 시간이 부족해’라며 부족한 것을 줄줄이 캐내기 시작하는 거예요.
게다가 기술 부족이라는 건 버그가 가장 쉽게 발생하는 지점이라 객관적으로 보면 엄청 잘 그리는 존잘님조차도 뇌에 박힌 뿔 때문인지 ‘나 완전 못 그리네’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 유명한 가쓰시카 호쿠사이 선배조차 ‘잘 그리고 싶은데 그릴 시간이 없어~’라고 90년 동안 버그 상태로 살다 간 인물이에요. 그러니 기술에 대한 갈망은 평생 이어질 문제고, 반대로 말하면 ‘이게 바로 평생 해나갈 내 일이다’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무한하더라도, 그걸 꺼내 쓸 시간은 확실히 한정되어 있어요. 게다가 대부분은 그 한정된 시간 중 대부분을 ‘일’에 써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인류사 최대의 버그가 아직도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기술 부족뿐만 아니라 시간 부족에도 시달릴 수밖에 없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죠.
창작을 위해 이직하고 싶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친구는 말릴 거예요. 하지만 겉으론 친구인 척하면서, 당신을 ‘재밌는 구경거리 폴더’에 저장해둔 사람은 당신을 선로에 떨어뜨릴 정도로 강하게 등을 밀어줄지도 모르죠.
하지만 실제로 만화를 그릴 시간을 확보하려고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하는 만화가 지망생도 있어요. 또, 그런 성실한 사람들보다도 파트너에게 빌붙어 연명하는 빈대들이 창작 시간이 많아서 실력도 더 빨리 느는 아주 잔인한 현실도 있죠.
프로가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취미 창작 때문에 직장을 희생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일’이라는 뿔이 뇌수에 박힌 자의 발상이에요.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중심에 두는 쪽이 오히려 이상한 거죠.
물론 일이란 건 기본적으로 지옥이고, 지옥에서 또 다른 지옥으로 옮겨가는 것일 뿐, 이직이라기보단 ‘지옥 이동’에 가까운 경우가 많으니, 지금의 환경이 ‘최선의 지옥’이라고 느껴진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체력’이 이유라면 그냥 포기할 수밖에
하지만 창작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시간’이 아니라 ‘체력’이라면, 솔직히 포기했으면 해요.
오히려 체력이 없다는 건 재능이 없다는 것보다 더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어요.
없는 재능을 계속 끌어내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없는 체력을 계속 써버리면 확실히 ‘건강’을 해치거든요.
사실 저도 마흔이 넘고 나서 노화로 인한 체력 저하가 심해져서 당신과 비슷한 초조함을 느끼고 있어요.
일은 계속 들어오는데 예전처럼 소화할 수 없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지만, 이건 ‘애써서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게 되니까 결국 포기밖엔 답이 없죠. 호쿠사이 선배님도 90세까지 살면서 죽기 직전까지 그림을 그렸으니 의외로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썼을지도 몰라요.
겉보기엔 창작 의욕 넘치고 응원해 주고 싶은 사연 같지만 ‘체력 이상으로 더 하고 싶다’는 말은 ‘지금 가진 돈보다 더 쓰고 싶다’는 말보다 더 위험한 소리일 수 있으니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체력 문제에 있어서는 ‘체력의 한계 안에서 한다’라는 선택지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태어날 때부터 체력이 약했다’라는 자신만의 역 재능에 절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신 당신은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체력이 넘쳐난다 해도 집중력이 없다면, 체력의 대부분을 SNS와 pixiv, X 삼각 점프로 날려버리고 도무지 작품을 완성할 수가 없죠.
당신이 체력 부족을 한탄하고 있는 사이에도 ‘또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어……’라며 후회하고 있는 체력 괴물 이시카와 고에몽 같은 사람도 있어요.
게다가 체력도 없으면서 시간까지 낭비해 버린 미츠이 히사시 상태가 되어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둘 중 하나라도 갖고 있는 게 나은 편이죠.
반대로 당신의 체력이 약한 건 집중을 너무 잘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지나치게 몰두하면 쉽게 피로해지고, 피곤함을 자각하지 못해 그대로 쓰러지기 쉬워지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오히려 생각해야 할 건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적당히 열심히 할 수 있고, 그 상태를 스스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가 아닐까요?
참고로 체력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나이가 들면 떨어져요.
‘마흔 넘고 체력 저하로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롭다’라는 말은 ‘애초에 얼마 없던 체력을 점점 더 소셜 게임에 쏟아붓고 있다’라는 은어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지금 가진 집중력도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갖고 있는 게 확실하잖아요.
없는 체력도 영끌해서 쓰겠다는 빚투 같은 생각은 버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집중력을 어떻게 써갈지 고민해 보는 게 어떨까요?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단행본화를 축하하며 ‘동인녀의 감정’의 저자 사나다 츠즈루 님과 대담을 나눴어요. 체크해 보세요!



카레자와 선생님, 처음 인사드려요. 저는 취미로 2차 창작 일러스트 등을 그리고 있어요. 하지만 몸이 약한 탓에 생활과 창작 사이에서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해 늘 고민하고 있어요. 일이 바빠지는 시기가 오면 바로 몸이 안 좋아지고, 밤늦게까지 창작에 몰두했다가도 금세 탈이 나고, 심지어는 X(구 트위터)에서 알게 된 같은 작품 팬과 처음으로 교류했을 때, 낯을 너무 가려서 긴장한 나머지 또 몸살이 났어요. 장수풍뎅이보다 약하다고나 할까요. 밤늦게까지 일한 뒤에 원고를 마무리하고, 행사 참여에 책까지 내는 철인 같은 사람들을 X에서 보면 질투심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이직도 생각해 봤지만, 솔직히 지금 직장은 근무 환경도 좋고, 제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쉬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분위기라 솔직히 퇴사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면 좋을까요?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