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팔한테 뮤트 당한 것 같아요’ 상대의 배려일지도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맞팔한테 뮤트 당한 것 같아요
일단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건 일론 머스크 탓’이라는 거예요.
요즘 X(구 트위터)는 일론의 오락가락하는 알고리즘 개편 때문에 맞팔이어도 타임라인에 게시물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서 놓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들 해요.
물론 사용하고 계신 SNS가 X라고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크리에이터 주제에 굳이 X가 아닌 SNS를 쓰는 이유가 있다면 ‘일론이 싫어서’밖에 없을 테니 결국은 일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안 좋은 일을 왜 전부 일론 탓으로 돌려도 되냐면, 그건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접 당사자에게 따져 묻기’라는 필승법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걸 해버리면 돌아오는 답은 ‘네가 뮤트 당한 건 당연한 일이고, 차단이 아니었던 걸 신께 감사하라’로 끝나겠죠.
어차피 확인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정치나 국가, 일론 머스크 같은 막연하게 큰 무언가 탓으로 돌리고 생각을 멈추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애초에 생각해 봤자 시간 낭비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확인할 수 없는 일을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좋은 의미로 뮤트 한 걸지도 몰라!’ 같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거의 이어지지 않거든요.
‘뮤트 당한 것 같은데’에서 시작해서 ‘내가 뮤트 당할 만한 잘못을 저질렀던 걸까?’라는 반성,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로 뮤트하다니 속이 좁은 거 아닌가? 라는 분노, 최종적으로 ‘둘 다 나쁘니 너 죽고 나도 죽자’라는 결론까지. 이렇게 끝없이 나쁜 상상만 키워가는 게 ‘생각해 봤자 소용없는 일을 계속 생각하는 행위’랍니다. 그럼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카즈 님이라도 중간에 그만두셨을걸요.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나쁜 상상을 키워보는 것도 방법
하지만 애초에 창작 같은 걸 하는 인간이라는 종족은 원래도 상상력이 풍부한 데다가 너무 풍부한 나머지 본인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투성이라서, 상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죠.
그러니 괜히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는 한번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나쁜 상상을 끝까지 부풀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요.
상상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상대에게 확인할 순 없잖아’ 혹은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잖아’ 처럼 나름의 종착점이 있거든요. 그 종점까지 나쁜 상상 스피드런을 하고 빠르게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하지만, 나쁜 상상을 풀콤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한 판 더!’하며 다른 루트로 나쁜 상상을 시작하게 되니 끝이 없고, ‘역시 죽이자’ 같은 최종 결론에 도달해도 곤란해요.
진실은 확인할 수 없고, 나쁜 상상은 멈출 수 없다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되 적어도 ‘내가 뭔가 잘못해서 뮤트 당한 거야’처럼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상상만큼은 하지 마세요.
설령 정말로 뮤트 당한 상태라 하더라도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사정에 따른 뮤트였다고 상상하세요.
상대방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타임라인 정리 과정에서 우연히 걸려든 경우예요.
이렇게 말하면 ‘나와의 인연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구나’ 하고 우울해질 수 있지만, 이건 ‘관계 정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타임라인 정리’라고 생각하세요.
관계를 끊고 싶었다면 언팔이나 차단을 했겠죠.
그런데 굳이 ‘뮤트’를 선택한 건 상대에게 특별한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계를 끊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대의 글을 타임라인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경우일 수 있어요.
저도 사실 X 자체가 이 시대 최고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흐르는 효율적인 타임라인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장르를 옮기다 보면, 예전 장르 친구들의 글이나 정보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그렇다고 언팔하면 상대가 상처받을지도 모르니까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뮤트’를 선택하게 되죠.
또, 당신은 옛 친구에게 ‘뮤트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상대방이 더 괴로울 수도 있어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아지고, 보이는 모든 것에 화가 나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돼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같은 업계에서 활동하던 맞팔 친구들을 뮤트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 이유는 아주 명확했어요. 바로 그 사람이 잘나가기 시작했을 때였죠.
남의 성공 소식이 왜 그렇게 괴로웠냐고요? 당연히, 제가 잘나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미디어화 소식이나 몇만 부 돌파 같은 얘기는 물론이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중쇄 결정’이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뮤트 버튼을 누르게 되더라고요.
그럼 그 사람이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성공한 게 나쁜 일이냐면, 전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순도 100%의 질투라는 걸 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원망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성공 소식을 안 보려고 뮤트 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그 상대방도 지금 정신적으로 지쳐 있고, 다른 장르에서 즐겁게 활동하는 당신의 글이나 자신보다 더 잘해 보이는 작품을 보는 게 괴로웠을지도 몰라요.
당신 입장에서는 딱히 즐겁게 잘 지낸다는 느낌으로 쓴 글이 아닐 수도 있지만, 상대가 그렇게 느껴버렸다면 어쩔 수 없죠.
‘내가 잘못해서 뮤트 당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어찌 보면 자기중심적인 발상일 수 있어요. 상대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테고, 솔직히 말하면 ‘알 게 뭐야’ 싶은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뮤트 당한 건 내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 쪽의 문제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아요.
애초에 ‘뮤트’라는 기능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기능이잖아요. 그게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괜히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큼은 확실해요.
그런데 당신이 어쩌다 그걸 눈치채고 마음 아파하고 있다면 그건 서로에게도 슬픈 일이에요.
그보다 애초에 왜 뮤트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그 근거가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저까지 의심병에 빠질 것 같으니 차마 묻지 않겠어요.




카레자와 선생님, 안녕하세요.
항상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칼럼을 읽고 있어요.
오늘은 ‘온라인상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불안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상담드리고 싶어요.
꽤 오랜 시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고, 좋아하는 장르가 바뀌어도 계속 연결되어 있던 맞팔 계정이 있는데요. 요즘 들어 그 계정에 뮤트 당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고, 설령 뮤트나 차단을 당했다고 해도 그건 개인의 자유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이런 고민을 현실에서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친구는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자꾸 마음이 쓰여요.
이럴 때 불안한 마음과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