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에 비해 오리지널 작품이 인기가 없다면 보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2차 창작에 비해 오리지널 작품이 인기가 없어요
먼저, ‘그건 당신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네요.
물론 오다 에이치로처럼 첫 연재작부터 대박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어요. 오리지널 작품이 갑자기 히트를 치고 자신이 2차 창작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겠죠. 또, SNS 덕분에 오리지널 작품이 예전보다 바이럴되기 쉬워진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2차 창작을 거쳐 오리지널 작품을 시작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시련을 겪고 있어요. 코미케에서 인기 장르 2차 창작 책을 출간하던 감각으로 코미티아(2차 창작물 판매가 금지인 동인 행사)에서 판매할 책 부수를 정했다가, 한동안 박스에 둘러싸여 생활하게 되는 사람도 있죠. 저도 픽시브에 올린 창작물 중 일부는 ‘X검난무’ 2차 창작으로 네 자릿수의 북마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오리지널 작품은 보통 세 자릿수 정도가 기본이고, 가끔 두 자리 대로 떨어진 작품들도 있답니다.
이런 처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업 오리지널 작품은 포기할래’라는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이도 저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당신도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확실히 2차 창작에는 ‘원작 효과’가 적용돼서 인기 있는 장르를 다룰수록 조회수와 북마크 수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2차 창작의 평가는 내 실력이 아니라 전부 원작의 인기 덕분이다’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내 실력에 원작의 인기가 힘을 더해줬다’가 더 정확하겠죠. 실제로 같은 장르, 같은 캐릭터를 다룬 2차 창작이라도 작가에 따라 인기는 다르거든요. 어느 정도 북마크 수를 받으려면 작가 자신의 실력도 중요해요. 그러니 ‘전부 원작 덕분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원작 효과가 너무 강렬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2차 창작을 하던 시절엔 큰 키에 슬림한 몸매로 ‘몸매 대박! 키가 몇이에요? 헐, 차은우랑 똑같네!’라며 갸루들에게 둘러싸여 인기를 누리던 사람이 원작이라는 깔창을 벗어버린 순간 실바니안 패밀리와 눈높이가 같아지고, 자기 실력이 고작 4센치였다는 걸 깨닫고는 충격받기도 한답니다.
애당초 ‘원작의 힘’이란 무엇인가
물론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그림이나 글에는 매력이 없고 재능도 없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해요. 원작의 힘을 빌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도, 애초에 ‘원작의 힘이란 무엇인가’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원작의 매력적인 캐릭터, 감동적인 스토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결합한 ‘압도적인 인지도’가 2차 창작에 부스터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이 부스터 덕분에 독자로부터 얻기 가장 어려운 요소인 ‘이해’와 ‘흥미’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거죠.
오리지널 캐릭터 일러스트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에요. 2차 창작의 경우, 단 한 장의 일러스트만라도 이미 섬네일에서 ‘이건 내가 좋아하는 주술회전 캐릭터인 고죠가 당주 고죠 사토루잖아!’라고 순간적으로 ‘이해’하고 ‘흥미’를 느껴서 클릭할 확률이 확 늘어나거든요.
반면에 오리지널 캐릭터의 경우, ‘이 사람은 누구고 어떤 캐릭터인가’라는 ‘이해’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고,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당연히 ‘흥미’도 생기지 않아서, 아예 봐주지도 않게 돼요.
이해시키는 수고를 덜고 인기를 끌려면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해 주세요’라고 할 정도의 존잘 그림을 그려야 하고, 그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다 보니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거예요.
당신은 오리지널 작품의 완성도 문제 이전에 ‘오리지널 작품을 보게 하는 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2차 창작과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올리고 ‘봐주지 않네, 인기가 없네’라며 한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즉,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단계’에 있는 거죠. 그러니 나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며 좌절하는 건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 보고 나서도 늦지 않아요.
오리지널로 인기를 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먼저 만화를 그리는 게 좋아요. 일러스트만으로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누구고 어떤 캐릭터이며 어떤 매력을 가진 존재인지 이해시키기가 어렵고, 전신 그림에 설정을 길게 나열해 놓으면 보는 사람의 ‘과거의 상처’를 자극해서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물론 ‘오글거림으로 화제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바라는 바가 아닐 테니까요.
만화를 그리더라도 픽시브에만 올리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으니, X(트위터) 같은 곳에 ‘〇〇가 ✕✕한 이야기’ 구성으로 전 페이지를 업로드하는 것이 좋아요. 이 구성 역시 ‘무엇을 했는지’를 통해 오리지널 작품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해서 독자가 읽도록 유도하는, 굉장히 이치에 맞는 방식이죠.
이 방식으로 한 방에 바이럴이 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실패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계속해 봐요.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 못해도 다작을 하고 업데이트가 빠르다는 것 또한 중요한 무기예요.
이 과정에서 귀찮다거나 오리지널 작품은 못 만들겠다고 느낀다면, 아쉽지만 오리지널 창작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첫눈에 반해 결혼하자는 말이 나오는 한 장의 일러스트로 ‘이해시키기’를 해낼 수 있는 존잘님 레벨을 목표로 계속 그림 실력을 키우는 방향도 있지 않을까요?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탐욕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오리지널 창작의 길은 파란만장해요. ‘오리지널은 엄청 험난하다니까?(웃음)’라고 조언했던 후배가 한 번에 대박을 치고 2차 창작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잔혹한 현실도 있지만, 그만큼 오리지널 작품이 인정받았을 때의 기쁨은 2차 창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창작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면 꼭 오리지널도 계속 도전해 보세요.
2차와 오리지널을 모두 하다 보면 그 간극 때문에 고민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험이 오히려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아까 원작이라는 깔창을 벗었을 때 키가 4센티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2차 창작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어요.
저 역시 2차 창작으로 시작해서 오리지널 작품을 발표하게 된 경우인데, 2차 창작을 통해 저를 알게 된 사람들이 오리지널도 읽어주고, 그 후에도 계속 오리지널 작품을 읽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즉, 2차 창작을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거죠.
물론 인기 원작의 힘으로 모인 사람들이 덤으로 내 오리지널도 봐줬으니 결국 자신의 힘이 아니라고 한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처럼 수많은 작품이 넘쳐나는 지금,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보게 하는 계기’가 없다면 묻혀버릴 수 있어요. 그래서 계기를 만드는 일에는 탐욕스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2차 창작을 좋아하고, 그걸 통해 오리지널을 봐줄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답니다.
연예인이 책을 내서 팔렸을 때 ‘작가로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연예인으로서의 인지도 덕분에 팔린 거겠지. 제목이 저게 뭐야, 내가 쓰면 훨씬 잘 쓸 텐데’라며 분노할 수 있지만,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인지도는 분명 본인의 실력으로 얻은 거겠죠.
물론 2차 창작은 ‘인기작의 유명세’라는 본인의 실력이 아닌 힘을 사용한 것이니, 그 인기를 오리지널로 가져가는 걸 꼼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것을 ‘꼼수’라고 생각하고 좌절할 것인지, 아니면 ‘뭘 그렇게 소심하게 굴어’라고 생각할지는 본인에게 달렸겠죠.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인기 시리즈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문학춘추 출판)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화 되었습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걱정돼요’, ‘마이너 장르라 독자들이 별로 없어요’, ‘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최애를 죽이고 마는 모순과 고뇌’ 등 인기 상담은 물론 신작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습니다.



제 고민은 오리지널 작품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거예요.
2차 창작이라면 어느 정도 북마크도 있는 편인데, 오리지널 작품은 거의 없는 취급일 때가 많아요. 오리지널 캐릭터 일러스트 같은 건 이제 완전히 찬 바람만 부는 상태죠.
인기가 있는 건 ‘원작’이지 ‘내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눈앞에 확 다가오면 자존감이 떨어져요. 대규모 장르의 유명세에 기대어 어찌어찌 북마크 수를 채워보는 자신을 보고는 ‘결국 나는 표절로밖에 북마크를 못 받는 거구나…’ 하고 좌절하게 돼요. 스스로 벽에 부딪히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우울해져요.
오리지널 창작 자체는 좋아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없다 보니 창작 의욕이 떨어질 것 같아요.
저를 북돋우는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