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에게 취미를 털어놓아야 할까?’ 모든 것을 꼭 말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남편에게 내 취미(성인 BL 만화 그림)에 대해 커밍아웃해야 할까?
최근 화제가 된 한 정치인 관련 뉴스를 보면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갑질 에피소드보다도 그렇지만 당사자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정말 무섭더군요. ‘평생, 이 사람과는 절대 얽히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부부 사이에서도 상대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답변을 반복하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서 두려움을 주죠. ‘내가 상대에게 이해받고 싶은 것’과 ‘상대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혼동하고 묻지도 않은 것을 오타쿠 특유의 빠른 말투로 늘어놓는다면 이해를 얻기보다는 되레 상대방은 ‘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랑 결혼한 거지?’라는 의문만 생기게 될 거예요.
‘파트너의 취미 문제’는 지식인이나 커뮤니티의 인기 테마예요. 지금도 인터넷에서 ‘남편의 건프라를 몰래 버린 아내들의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리곤 하죠.
파트너의 취미에 대해서는 DSLR로 여고생 치마 속 풍경을 찍는 것처럼 법이나 공공질서를 위반하는 것만 아니라면 시비를 가리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정신적 폭력이고, 하물며 아끼는 것을 함부로 버리는 것은 가정 폭력에 가깝다는 것이 요즘의 주류 의견이죠.
하지만 건프라를 몰래 버린 아내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미에 돈을 과하게 쓰거나, 집에 산더미처럼 쌓인 취미 용품이 가족의 생활 공간을 침범하고, 건프라를 만지기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내서 가정 분위기가 나빠지거나, 가족 행사보다 취미 행사를 우선시하는 등 여러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취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취미를 위한 이기적인 태도에 화가 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모 정치인처럼 ‘이게 내게 얼마나 소중한 건데!’라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열변을 토한다면 분노는 더욱 커지기만 할걸요.
따라서 ‘성인 BL 만화를 그려서 그걸 팔러 가고 싶다’ 같은 취미에 관한 정보는 남편에게 전혀 필요 없을 수도 있어요. 상대가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고 ‘참고로 이번엔 현대 패러디’ 같은 불필요한 정보를 말한다면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게다가 우리는 동인지 판매 행사, 동익지, 픽시브, 꾸금 같은 용어가 일상 용어인지라 당연히 상대방에게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우리도 ‘오프사이드’의 의미를 모른 채 축구 해설을 들어도 전혀 의미를 모르겠죠.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괜히 짜증만 돋울 뿐이에요.
상대에게 이해받고 싶다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필수 정보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얼버무리거나 거짓말까지 한다면 치명적인 균열을 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로 찔리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유명 수사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에서 범인 역을 연기한 사와구치 야스코는 ‘말하지 않은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이 상황에서 최소한 필요한 것은 ‘취미를 위해 하루 정도 도쿄에 가고 싶어’라는 목적과 ‘몇 시에 출발해서 몇 시에 돌아올게’라는 일정, ‘그때 아이 케어를 포함한 집안일을 부탁하고 싶어’라는 요청과 ‘그 행사 준비를 위해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할 수도 있어’라는 사전 고지 정도가 아닐까요?
취미를 즐기되,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점을 어필하면 상대에 따라서는 이걸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이후에는 상대의 질문에 따라 추가 정보를 제공하면 되겠죠. 남편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아마도 아이를 돌보는 일일 테니 어떤 행사인지, 무엇을 하는지, 커플링은 무엇인지 등의 정보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정보일 거예요. 그러므로 물어보지 않는다면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나랑 아이는 뭘 먹어?’ 같은 반응이 나와서 한바탕 소동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애를 두고 성인 동인지나 팔러 간다는 거냐’라는 반응이 나올 일은 없을 거예요.
행사에 가고 싶은 것뿐이라면 일단은 이런 최소한의 정보전으로 승부를 보고, 천천히 이해를 구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커밍아웃했을 때의 ‘상대방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하지 말 것
하지만 당신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취미를 솔직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하고 당당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남편분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내가 2차원 캐릭터의 꾸금 만화를 그리는 것이 취미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완전히 미지수예요. 남편이 큰 충격을 받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도 없진 않아요.
이미 스스로가 자신의 취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것으로 여기고 마치 불륜이나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지르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어서 신뢰를 잃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아까 모든 정보를 말할 필요는 없다고 했듯이 ‘상대에게 내 취미를 전부 이해시킬 필요는 없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을 추천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동기가 있고 ‘남편이 내가 성인 BL 만화를 그린다는 걸 알면 어떤 얼굴을 할까?’라는 호기심이 멈추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모든 것을 말해버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것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지나치게 시뮬레이션하지 않는 게 좋아요. 커밍아웃하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상대가 그것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 기대를 너무 키운다면 실제로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였을 때 배신당한 기분이 들 수 있어요. 그러니 ‘반대만 안 하면 OK’ 혹은 ‘얼굴에 침을 뱉는’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 나을 거예요.
그리고 어떤 말을 하든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천천히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커밍아웃하려는 쪽은 오랜 고민 끝에 결심한 상태이지만, 듣는 쪽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테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동인 활동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일방적으로 늘어놓으면 ‘오타쿠’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정말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치명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요.
애초에 ‘그 사람은 내 취미에 관심이 있다’는 것부터가 자의식 과잉일 수 있어요.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일본어 이외의 고민 상담도 환영합니다.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인기 시리즈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문학춘추 출판)라는 제목으로 단행본화 되었습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걱정돼요’, ‘마이너 장르라 독자들이 별로 없어요’, ‘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최애를 죽이고 마는 모순과 고뇌’ 등 인기 상담은 물론 신작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습니다.
단행본화를 축하하며 ‘동인녀의 감정’의 저자 사나다 츠즈루 님과 대담을 나눴어요. 체크해 보세요!



항상 재밌게 잘 읽고 있는 독자예요. 저는 2차 창작을 하는 기혼자인데, 남편은 이런 제 취미를 전혀 알지 못해요. 내년에 꼭 가고 싶은 행사가 있는데 어린아이를 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을 비우려면 어느 정도 남편의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남편에게 어떻게 둘러대고 지방에서 도쿄까지 가야 할까요? 또, 창작에 몰두할 때의 제 행동이 마치 바람피우는 여자와 비슷하다는 점도 문제예요.(스마트폰을 몰래 보거나 남편의 일정을 신경 쓰거나…. 실상은 pixiv에서 꾸금을 검색하거나 원고를 쓰거나 배송 날짜를 확인하는 것뿐이지만요.) 그래서 차라리 ‘사실 당신이 아는 만화 캐릭터로 성인 BL 만화를 그리는 것뿐이니 걱정하지 마!’라고 고백해 버리는 게 나을까요? 오타쿠 문화와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사는 남편에게는 이게 더 충격적일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는 걸까요? 혹시 추천할 만한 핑곗거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