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체가 바뀌는 타이밍은 언제? 타임라인만 들여다봐서는 ‘요즘 느낌’은 알 수 없다 / 이소후라본 히지키의 이야기

글/ 이소후라본 히지키
이번에 보내주신 테마는 ‘그림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이다.
드로잉의 정확성이나 정교한 구도로 더욱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최신 유행하는 터치와 컬러링을 제대로 캐치해서 자신만의 그림체에 반영한 작품 역시 아주 매력적이다.
어떻게 하면 ‘요즘 스타일’을 잘 캐치해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그림체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다.
그림체가 바뀌는 타이밍이란?
하지만 평소 내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 잘 알겠지만, 내 그림체는 한눈에 봐도 ‘요즘’과는 거리가 멀다.
일러스트는 아니지만 만화에서는 작가가 프레임 밖에서 캐릭터에게 태클을 거는 이른바 ‘프레임 밖 태클’을 아직도 하고 있을 정도이다.
즉,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저는 요즘 스타일에 전혀 대응을 못 하고 있어요, 끝!’이 되겠지만 그렇게 끝낼 순 없기에 왜 내 그림체와 터치가 요즘 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요즘 스타일을 따라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애초에 내 그림체와 스타일은 90년대 만화와 일러스트에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갑옷이든 기모노든 상관없이 반짝이는 하이라이트를 넣고 싶고, 코 그림자는 확실하게 검은색으로 칠하고 싶고, 헤어라인 부분은 마치 얼음 기둥처럼 솟아오르게 그리고 싶다.
더욱 확실히 90년대를 리스펙하면서도 현대적인 방법으로 승화하는 분들도 아주 많겠지만, 내 경우는 오히려 ‘영혼에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내 안에 스며들어 있고, 그 느낌이 아주 편안하기 때문에 굳이 고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똑같은 그림체에 머무른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 정도의 그림을 돌이켜보면, 물론 그림체는 미세한 차이이긴 해도 계속 변화해 왔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변화가 큰 시기는 보통 어떤 새로운 작품에 빠지게 되었을 때이다. 작품에 맞춰서 데포르메 터치로 팔과 다리를 크게 그리게 된 시기도 있었고, 어마어마하게 어깨를 넓게 그린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축적이 결국 ‘그 사람의 그림체’를 만들게 되는 것이겠지. 종종 ‘이 사람 그림체 무조건 모 카드 게임 애니메이션 영향 받은 듯’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건 그 지층이 너무나도 특징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림체가 변하는 것은 원작 그림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말하자면, 새로운 장르와 작품을 접하면서 팬아트 등 관측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림체를 만날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임라인만 바라보고 있으면 알 수 없다
조금 얘기가 바뀌는데, 나는 이번 연말연시 때 약 3주간 고향에 돌아갔다.
그 기간 동안 거의 산 위에 있는 본가를 벗어나지 않고,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편안한 옷을 입고 한가하게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도쿄로 돌아온 나는 어땠을까? 공항에서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옷과 트렌디한 아이템을 몸에 두르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 오랫동안 나 외에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부모님 밖에 보지 못하고 지냈더니 세상에 패션, 유행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그림체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평소 익숙하게 그리던 스타일의 그림은 ‘뭐, 이 정도면 되려나’ 하며 슥 그릴 수 있고, 익숙한 좋아하는 콘텐츠의 그림은 마치 고향의 풍경처럼 변함이 없다. 팬아트 역시 자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체를 최신 유행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행하는 요즘 느낌의 그림체’를 느끼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좁은 타임라인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유행하는 그림체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사람조차 ‘혹시 요즘 이런 그림체가 유행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이미 유행 수준을 넘어 세상에 정착한 그림체임이 분명하다. 마치 조금 뒷북을 치며 인터넷 유행어를 떠드는 TV 프로그램처럼….
만약 ‘요즘 느낌으로 그리고 싶은데 옷 가게에 입고 갈 옷이 없어!’라는 사람이 있다면 패션 잡지를 바라보듯 요즘 잘 나가는 소셜 게임이나 pixiv 랭킹을 살펴보면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패션 센스와 마찬가지로 ‘이 표현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탐구가 시작된다면 거기서부터 그림체 진화도 시작될 것이다.
……라고 말은 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그림체 발전을 거의 포기한 상태로, 매일 익숙한 룸웨어만 입고 있는 상태이다. 최첨단 유행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편안하고 애정이 가는 지금의 그림체도 마음에 든다.
어느 한쪽이 정답은 아니므로, 자기 페이스대로 변화해 나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