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드러나는 ‘오타쿠 패션’에 대하여 / 이소후라본 히지키의 이야기

글/ 이소후라본 히지키
모두 오타쿠 활동을 하러 갈 때 어떤 옷차림을 하고 갈까?
이번 테마는 바로 ‘오타쿠 패션’이다.
패션에 자신이 없어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케스트라 콘서트나 애프터눈 티 같은 콜라보 이벤트지만 조금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맞춰 따로 옷을 준비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동인 행사에서 오타쿠들의 옷차림이 화제가 된 적도 있어서 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건, 남의 옷차림을 보고 ‘이건 부족하네’, ‘저건 왜 저러지?’, ‘왜 이런 걸 안 입을까’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오타쿠가 굿즈를 얼마나 사든, 랜덤 굿즈를 허용하든 말든 자유인 것처럼,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패션에 대한 의식이 뚜렷해진 건 정말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라, 솔직히 말해 이 주제에 대해 뭔가를 논할 자격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내가 말하는 패션 의식이란 ‘검은색과 흰색 티셔츠를 가지고 있으면 하의에 뭘 입어도 대충 무난하게 코디할 수 있구나’라거나 ‘머리에 선명한 색을 넣은 사람은 탈색이라는 걸 했나 보네’ 같은 것을 깨닫기 시작한 정도의 이야기다. 그전에는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다녔는지 떠올려 보려고 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가끔 ‘그 시절 모두가 입었던 패션!’ 같은 추억과 부끄러움이 섞인 글이 올라와서 떠들썩해지는 걸 봐도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그 시절 나는 정말 눈에 띄는 대로 적당히 괜찮다 싶으면 화려한 무늬와 색상의 옷을 아무렇게나 조합해 입었을 것이다.
아마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패션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상태’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걸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뭔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사회성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만 아니라면, 패션이란 건 ‘귀여워! 입고 싶어!’ 혹은 ‘이거랑 이거 조합하면 괜찮지 않을까?’ 같은 본능적인 감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때 대박 촌스러웠네…!’하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오타쿠라고 해도 동인 행사와 공연이 같은 것은 아니다
‘오타쿠는 이런 옷을 입고 다니지~’라는 어느 정도 공통된 이미지가 있지만, 나는 이걸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고 늘 생각한다.
그 이유는 2.5차원 공연을 처음 보러 갔을 때 동인 행사랑은 꽤 다르다고 느낀 경험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인 행사에서는 캐릭터의 이미지 컬러를 활용한 의상이나 콜라보 의류를 실제로 입은 사람, 평소에는 잘 입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히 꺼내 입는 ‘승부복’ 스타일로 한껏 꾸민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혹은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인 ‘목표물을 정확히 입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빠르고 민첩한 행동이 가능하도록 기능성을 중시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반면, 공연에서는 주로 깔끔한 플레어 원피스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장수 소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무대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오거나, 철도 관련 작품의 무대에서는 ‘타카나와 게이트웨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역명 표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작품에 따라 의상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오타쿠들의 그런 열정에 가장 마음이 움직이는 타입이어서 그 이후로 여러 공연이나 이벤트에 갈 때마다 참가자들의 패션 트렌드를 슬쩍슬쩍 훔쳐보곤 한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아, 여기서는 이런 굿즈가 나오는구나!’, ‘오, 이런 옷차림이 주류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기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이타백(굿즈로 꾸민 가방)이나 헤어 메이크업 같은 모든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열정’이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면, 현장에서 보이는 패션의 다양성은 정말이지 흥미롭다.
결국 자기만족이지만,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사랑스럽다
예전에 친구가 공연에 입고 갈 옷을 사는 데 같이 간 적이 있다.
공연 첫날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는데, 관객들이 기합을 잔뜩 넣고 온 모습이었다. 비비드한 핑크색이나 검은색의 이미지 컬러로 몸을 감싸고, 반짝이는 에너지를 내뿜으며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날 단 한 번으로 완전히 공연의 리피터가 되어버린 친구는 ‘나도… 화려한 핑크색 옷을 갖고 싶어…!’라고 되뇌기 시작했다.
마음이 강렬한 핑크로 물들었으니, 몸도 핑크로 물들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퍼스널 컬러는 그런 선명한 색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평소 그녀의 옷장을 떠올려 봐도 그 핑크색은 확실히 눈에 띄고 어울리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런 현실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래도 이거 사고 싶단 말이야…!’라고 강하게 외치는 친구를 나는(절반은 무책임하게) ‘뭐 어때, 사도 돼!’라고 격려했다.
결국 몇만 엔이나 되는 핑크색 옷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그녀를 보며 정말 대단한 열정이라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패션 감각이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최근에는 캐릭터의 색상이나 컨셉을 고려한 옷차림을 하는 일이 많다.
가게를 돌아다니며 ‘이거 그 의상 재질이랑 비슷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코디를 시작하는 것도 재미있고,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모티브를 녹여 넣는 것도 즐겁다.
결국 자기만족일 뿐이지만, 나의 몸과 패션을 이용해 어떤 장면에 어울리는 역할놀이를 하는 셈이다.
동인 행사든 공연이든, 이날 이 옷을 입고 가야지, 이걸 가져가야지 하고 고민했던 그 과정 자체가 사람으로서 정말 사랑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