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하기보다는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자 ‘최애 작품 영업 방법’ / 이소후라본 히지키의 이야기

글/ 이소후라본 히지키
오늘 테마는 ‘최애 작품 영업 방법’이다. 오타쿠라면 누구나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도 좋아해 줬으면….’하는 욕구를 품기 마련이다. 물론 얘는 나만 알 거야! 라는 광적인 독점욕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히지키 님 덕분에 ○○에 빠졌어요! 정말 감사해요!’라는 말을 꽤나 들어온 매우 축복받은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업할 수 있을까?
‘근데 걘 앞머리가 없잖아’
몇 가지 전략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중요 포인트는 ‘어프로치 할 상대가 누구인가’이다. 타켓층도 정하지 않고 사업을 전개하는 비즈니스맨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인터넷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다이렉트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최애 영업이 난무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신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타겟층이 보인다.
영업하고 싶은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인지, 어느 정도 비슷한 장르에 있는 오타쿠인지, 아니면 딱 한 명 있는 친구인지에 따라 ‘후킹’, 즉 주의를 끄는 문장이 달라진다.
나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면 친구에게 ‘엄청 귀여워! 대박 씩씩하고!’라고 호들갑을 떨며 필사적으로 어필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근데 걘 앞머리가 없잖아’라며 딱 잘라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캐릭터의 내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친구에게는 올백도 가운데 가르마도 아닌 ‘가지런히 내려온 앞머리’가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마가 드러난 캐릭터를 선호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너무나도 다른 취향으로 인해 내 최애 어필은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웬일로 앞머리가 있는 캐릭터에 빠지게 되었다. 이게 웬일이야! 의기양양하게 친구에게 ‘굿뉴스! 무려 앞머리 있음!’하며 들이밀었고 다행히도 친구도 그 캐릭터를 좋아해 주었다. 이 ‘앞머리 있음!’이라는 후킹 문구는 (앞머리를 중요시하는 친구에게 매정하게 거절당한 전력이 있는) 나와 내 친구 사이이기에 효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이처럼 ‘요괴캐 좋아하는 사람 필수!’, ‘AB형제의 촉촉한 가족애에 빠진 오타쿠에게 추천!’, ‘그 누구보다 무서워 보인다고 자부하지만 어린이에게는 따뜻한 본성을 들키고 사랑받는 덩치남이 좋은 분이라면!’ 등 각각의 타겟별로 문구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애정과 냉정이라는 이도류(二刀流)
그리고 무언가를 영업할 때 중요한 것은 최애를 되도록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물론 뭔가에 빠진 오타쿠라면 낙엽만 떨어져도 깔깔거리며 행복하고, 내 최애는 SNS에 글을 3개월에 1번만 쓰는 것도 귀엽고, 우리 장르는 굿즈 퀄리티도 개판이지만 귀여워! 라고 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마음을 꾹꾹 누르고 냉정한 태도를 취해보자.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은 모르겠지만, 아직 빠지지 않은 사람이 보면 ‘도저히 못 따라가겠는데…’라며 거리를 두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애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지만, 이런 점이 신경 쓰이는 사람도 있겠지?’라는 스탠스로 애정과 냉정이라는 이도류를 양손에 들고 토크를 이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남에게 영업하기보다는…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영업하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결국 빠질지 말지는 운’이라는 사실이다.
위에서 장황하게 말했지만, 친구의 취향을 파악해서 후킹 문구 대책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지금 다른 걸 파고 있어서 좀 바빠’라며 거절당할 수 있을 것이다.
‘AB를 좋아하면 무조건 좋아할걸!’이라고 외쳐도 ‘비슷한 건 알겠는데, AB를 놔두고 굳이 비슷한 걸 좋아해야 해?!’하며 거들떠도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좋겠어!’, ‘좋아해줬으면 좋겠어!’라는 액션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영업에 성공해서 소개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오타쿠가 늘었다!’, ‘내 최애가 칭찬받았어!’라며 오타쿠의 욕구를 충족하고 만족감을 얻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니까.
만화 전권을 선물하거나 PPT를 만드는 등 여러 영업 스타일이 있겠지만, 그런 영업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오타쿠 활동이다.
단, 이 영업 행위 자체가 사람을 끌어들여야만 성립하는 오타쿠 활동인 이상, 좋아하라고 너무 강요하지 않고, 광고 문구에서 다른 작품이나 캐릭터를 깎아내리지 않는 등 되도록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남에게 영업하기보다는 ‘매일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흥미를 갖게 만드는’ 스타일로 나가는 중이다. 좋은 걸 영업하는 건 물론 좋지만, 특이한 괴수들이 흥에 겨워 난리부르스를 추는 모습을 보고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오타쿠판 ‘해와 바람’ 작전이라고나 할까.
뭐, 이것도 ‘뭔가에 미친 오타쿠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이라는 후킹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