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고 후회하기보단 사고 후회하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자 ‘오타쿠의 금전 관리’ / 이소후라본 히지키의 이야기

글/ 이소후라본 히지키
이 연재도 드디어 10회를 맞이했다.
이번 연재부터는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테마도 포함해서 혼자서 주절주절 이야기해 보려 한다.
고민 상담이라기보다는 테마를 던져주면 나 혼자서 잡담하는 칼럼이라 보내주신 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지만….
아무튼, 오늘 주제는 ‘오타쿠의 금전 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이다.
오타쿠라면 피할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돈이 없다는 소리다.
인터넷을 보면 캔뱃지를 무한 수집한다든가, 콜라보 카페나 공연을 전부다 간다든가, 성지순례를 한다는 둥 다양한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도대체 다들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 걸까?
예나 지금이나 자금 마련에 시달리던 오타쿠
‘오타쿠는 돈이 없다’는 말대로 나 역시 옛날부터 자금 마련에 쪼들리는 오타쿠였다. 기본적으로 어릴 때부터 게임이나 만화는 중고 사 모았고, 친구들과 서로 빌리고 빌려주며, 알바 휴게실에서 500원짜리 종이컵 주스를 마시지 않고 참는 등 소소하게 절약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후 친구와 거리를 걷던 중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게임 OST 앨범을 발견했다. 학생이었던 내 용돈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나 역시도 조금 무리한다고 생각했지만) 같이 있던 친구에게 ‘내일 꼭 갚을 테니 돈 좀 빌려줘’라고 간절히 부탁한 끝에 결국 그 앨범을 손에 넣었다. 친구는 평소 소소하게 절약하던 내가 갑자기 큰돈을 쓰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던 듯하다.
심지어 ‘항상 너랑 놀려고 해도 거절하길래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오타쿠 쇼핑하느라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 거였구나….’라고 안도하기까지 했다. 돈을 빌려서 낭비도 하고 우정까지도 회복한 꽤나 기묘한 추억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학생들끼리 큰 돈을 빌리고 빌려주다니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때는 정말이지 필사적이었다.
이처럼 오타쿠에게는 ‘각오’하고 낭비해야 할 순간이 갑자기 찾아온다.
요즘 오타쿠들은 미용이나 건강에도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 터라 더욱 금전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니, 옛날부터 잘하는 사람들은 잘했겠지만 오타쿠는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고 오로지 좋아하는 것에만 돈을 쓴다!’라는 자세가 미덕으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다른 것도 소중히 할 수 없다. 취미 외에 일절 돈을 쓰지 않겠다는 단순한 방법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지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정한 금전 관리 규칙
나는 먼저 서랍에 넣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이나 크기의 굿즈, 책은 사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편이다.
본가에서 독립한 후 수납공간이 한정된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니, 침대 아래나 서랍에 넣을 수 없는 오타쿠 물건을 사면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옷이나 생활용품도 각각의 수납 장소와 허용량을 정해두면, 쇼핑을 할 때 ‘거기 다 들어갈까?’라는 나름의 기준이 생긴다.
그리고 일주일에 몇 번은 ‘1원도 쓰지 않는 날’로 정했다.
이동 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외식이나 작은 쇼핑을 하지 않는 규칙이다. 이렇게 하면 의외로 많은 것을 참을 수 있다.
내 지출 내역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충동적으로 결제한 온라인 쇼핑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인데, 이걸 잘 조절하면 (이론상으로는) 지출이 줄어들게 된다. 일단 장바구니에 넣고 ‘오늘은 쇼핑 안 하는 날이니까’하고 며칠 지나 다시 보면 냉정해진 마음으로 충동구매를 미연에 막을 수 있기에 매우 추천하는 방법이다.
또 ‘안 사고 후회하기보단 사고 후회한다’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다.
오타쿠는 다른 오타쿠가 돈을 쓰는 걸 권장하는 경향이 있어서 ‘에잇, 그냥 사버려!’라고 무책임하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돈이라는 것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물론 오타쿠 인생을 길게 보면 ‘이 책 그때 살 걸….’, ‘본방으로 같이 달렸으면 이 굿즈 무조건 샀을 텐데….’라는 후회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달콤한 말에 휘둘리게 된다면 결국 엄청난 낭비를 하게 된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지금 막 공연 랜덤 굿즈를 충동적으로 몇십만 원어치나 구매할 뻔했다.
몇 번이나 장바구니에서 삭제했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과연 내가 그 굿즈를 잘 쓸 수 있을까? 잘 전시할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사는 순간엔 즐겁지만 산 후에도 그 즐거움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하고 낭비하는 것도 오타쿠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오타쿠에게 낭비란 대개 사랑으로 인한 행위지만, 낭비라는 행위가 끝난 후에도 자신이 행복함과 사랑을 계속 느낄 수 있을지 긴 안목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얘길 하고는 있지만, 이번 칼럼을 쓰면서 이사 후 내가 동인지에 얼마를 썼는지 세어봤다. 그리고 무려 반년만에 98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수납공간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무릇 동인지란 ‘지금 안 사면 후회할 거야!’라는 충동으로 구매하기 마련인 데다가, 그마저도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산 것이다….
나부터가 이번 칼럼의 내용을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결국 낭비한 만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