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하거나 며칠간 눈팅 하기 ‘무시하는 스킬 기르는 법’ / 이소후라본 히지키의 이야기

글/ 이소후라본 히지키
이번 테마는 ‘무시하는 스킬 기르는 방법’이다.
누구나 SNS를 통해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한 내 생각을 무심코 내뱉지 않도록 ‘무시하는 스킬’을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주셨다.
누구나 볼 수 있고, 기억에 남게 된다
이 테마를 제안해 주신 분은 이미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섣불리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참으로 훌륭하다.
공개된 장소에 무언가를 글로 남기는 순간, 그것은 누구나 볼 수 있고 그들의 기억에 남게 된다.
즉,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 사람, 그때 그런 말을 했었지’라며 각인되는 것이다.
만약 시간이 지나 그때는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그때 그렇게 말했잖아’라는 부분만 남아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것이 분명하다.
나 역시 종종 ‘히지키 님,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라며 꾸중을 들을 때가 있다.
오래된 덕후이다 보니, 하나의 계정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내 신념을 지키는 증거라고 생각해 왔다.
(여러 계정을 나눠 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같은 계정을 계속 쓴다는 것은 과거에 했던 말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글을 삭제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겠지만,
나는 ‘그때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분명하니까 그 책임도 지금의 내가 져야지….’ 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다만, 10년 가까이 된 내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당시의 분위기와 텐션이 생각나면서 부끄럽기도 하니까 말이다.
무시하고 싶다면 ‘며칠간 눈팅 하기’
사람들은 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자꾸 발언하게 되는 걸까?
아마도 그 이유는 논란이 되는 이슈들이 말하기 쉽고, 끼어들기 쉽고, 비판하기 쉬운 극단적인 의견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정말 나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처럼 말이다.
논란거리를 기회로 삼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표명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대중의 반응이 뚜렷하게 부정적인 쪽으로 쏠린 논란이라면 그 흐름에 편승해 ‘이건 나쁜 거야!’라고 말하기 쉬운 법이다.
예를 들어 ‘◯◯ 같은 작품은 읽기 싫어. 독자들도 불쾌한 작품이라고 느끼고 있어’라는 극단적인 의견이 퍼졌다고 해보자.
작품을 창작하는 입장이라면 ‘◯◯ 같은 작품이 뭐가 문제야? 나도 그런 걸 쓰고 있는데!’라며 분노할 수 있다.
반면, 작품을 감상하는 입장이라면 ‘난 불쾌하지 않은데?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상대하지 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둘 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인터넷을 오래 하다 보면 ‘또 이 얘기야?’라고 느낄 만큼 비슷한 논란들이 반복된다.
막말, 범죄, 극단적인 의견, 사회의 윤리관에 맞지 않는 발언들. 논란 이슈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인터넷을 오래 할수록 대부분의 논란은 이미 한 번 봤던 논란이거나 전에도 이걸로 싸우지 않았나? 싶은 논란들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과도 어딘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즉,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 또 이거네!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해도 될 것 같아’라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인터넷상의 무한 논란 루프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인터넷에 빠져 있어야만 이러한 논란을 잘 무시할 수 있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한때 일본 인터넷에서 전설적인 유행어였던 ‘반년 눈팅해라’의 현대판 ‘며칠간 눈팅해라’를 실행해 보면 어느 정도 상황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논란은 며칠만 지나도 기업의 공식 발표가 나오거나, 여러 관점에서의 정보다 등장하기 마련이다.
물론 며칠간 논란을 지켜보는 것은 결국 논란 관찰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제에 대해 발언하기 전에 잠깐 기다렸다가 며칠이 지나서 그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때는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논란에 대해 발언하더라도, 행동은 신중하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논란이 되는 주제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로운 인터넷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면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주제는 무한히 반복되고 이미 예전에도 나왔던 기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이 말하고 싶거나 화가 나는 주제가 있다면, 아마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 양보할 수 없는 카테고리의 주제일 것이다.
같은 주제에 대한 자신의 리액션이 형태로 남는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에 분노하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사람은 이런 일에 화를 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이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을 때 매우 가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하게 주제에 접근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보고 ‘이런 걸 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진짜 극혐!’이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화내는 것이 오락이나 목적이 되어 자신과 같은 분노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
주제에 대해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도, 발언할 때의 태도와 행동에 주의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물론 신중하게 생각한 결과, ‘그냥 전부 무시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논란의 무한 루프에서 벗어나 작품이나 감상, 분석만을 조용히 올리는 평화롭고 세련된 덕후 계정에 대한 동경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의 욕망과 분노가 담긴 계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좋은 것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