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인지 나조차도 모르겠어요’ 콜라를 희석해서 다른 음료로 만들면 된다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표절’인지 아닌지 나조차도 모르겠어요
대체 표절이나 도용이 무엇인지 정말 경계가 모호해서 거짓말을 태연하게 내뱉는 실눈 캐릭터 같은 AI에게 물어봤더니 ‘타인의 작품을 그대로, 또는 일부 표현만 바꿔서 자신이 만든 것처럼 발표하는 행위’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의 작품을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를 때 조용히 작품을 내린 걸 신께 감사해야 할 수준의 완전 표절작인지, 아니면 엽기적인 미션을 통과해야만 나갈 수 있는 방에서 괜히 깊게 고민하는 수준인 건지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당신이 창작하는 장르가 ‘오리지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심하는 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누군가의 작품을 조금만 바꿔서 발표한 것도 표절이라면,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그대로 쓰고 자기 작품인 양 올리는 ‘2차 창작’은 거의 강도 수준의 범죄가 되고 무기징역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죠.
그런데 왜 2차 창작은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는 걸까요? 사실 완전히 허용된 건 아니고, 꽤 애매한 회색 지대예요. 그걸 전면 금지해버리면 pixiv 같은 사이트가 통째로 사라지고, 저의 일거리도 하나 줄어드는 등 여기저기 큰 타격이 생기겠죠. 무엇보다도 팬들이 ‘애정’으로 하고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원작자들의 묵인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창작자들의 최소한의 윤리 덕분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거예요.
표절이란 결국 ‘남이 만든 걸 내가 만든 것처럼 발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건 원작이 있어서 가능한 2차 창작이에요!’라고 밝히는 경우엔 ‘그거 원작 표절이잖아’ 같은 말을 들을 일은 거의 없어요.
즉 ‘내가 만든 거예요’라는 식으로 원산지 라벨에 본인 얼굴 사진을 박고 내놓는 오리지널 창작 쪽이 기존 작품의 영향에 대해서 훨씬 엄격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오리지널 창작에서도 논란이 되기 전에 먼저 선수 치면 된다는 룰이 있는데요. 정 걱정된다면 작품 소개란에 ‘○○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처럼 참고한 출처를 적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애초에 ‘표절’은 친고죄라고 해요. 아무리 대놓고 베껴도, 원작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취미로 만든 창작물이 ‘이 소년이 해적왕을 목표로 한다는 설정은 내 아이디어 표절 아닌가요?’ 하고 원작자에게 고소당한다면 오히려 그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현실에서 논란이라는 건 종종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크게 분노하는 경우도 많아서, 설령 작가와 법이 문제없다고 판단해도 ‘그거 표절 아니야?’라는 말 한마디로 작가는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평생 ‘그 표절 작가’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게 되겠죠.
그런 리스크를 생각하면 본인조차 ‘혹시 이거 베낀 거 아닐까…’ 싶은 작품은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작품은 ‘동경’과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것
애초에 당신이 고민하는 건 논란이 될까 봐 무섭다거나 남들의 시선 같은 불안은 아닐 거예요.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껴서 명성과 부를 얻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좋아하는 작품이 있고, ‘나도 이런 걸 그리고 싶다!’는 순수한 동경과 리스펙트로 만든 작품이 막상 완성해 놓고 보니 표절작이 아닌가 싶은, 마치 마카롱을 만들고 싶었는데 왜인지 소똥이 되어버린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세상에 나온 멋진 창작물 중 상당수는 사실 다른 작품에 대한 ‘동경’이나 ‘영향’을 원재료 삼아 만들어졌을 거예요.
재료 자체는 분명 훌륭한데, 그걸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할지를 모르니까, 마카롱과 소똥의 구분조차 못 하는 혼란 속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나는 동경을 바탕으로 오리지널을 만들어낼 능력이나 재능이 없어. 그냥 내가 먹은 옥수수를 그대로 내뱉는 수준의 창작이라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닐까…’라는 공허함에 시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의 작품이 어느 정도로 옥수수를 원형 그대로 내보낸 상태인지는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적어도 베끼겠다는 의도가 없었고 정말로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면, 단순히 캐릭터 이름만 바꿨거나 대사의 끝에 ‘~쪄’ 같은 말투만 붙였을 리는 없겠죠.
만약 제가 그걸 읽고 ‘아, 이 사람은 ○○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라고 느꼈다 하더라도 그걸 부끄럽게 여길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렸어요.
사실 프로 작가의 작품을 봐도 ‘이 작가 그림체, ○○랑 닮았네’라고 느낄 때가 꽤 있고, 작가 본인도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말하는 걸 흔히 볼 수 있어요.
내 작품 속에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을 오히려 기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거예요.
저 역시 ‘사쿠라 모모코 느낌이 나요’라든가 ‘난시 세키 스타일이 보여요’ 처럼 실제로 영향을 받은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면 눈썰미에 감탄하며 주머니에 든 잔돈이라도 쥐여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반면, 중고등학생 때 죽어라 따라 그렸던 아마노 요시타카나 코바야시 토모미의 영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누가 좀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죠.
하지만 만약 학창 시절에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얼굴이 벌게져서 교실 책상 다 뒤엎고 뛰쳐나갔을지도 모르죠.
대부분의 경우,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받으면 처음엔 그 색이 너무 진하게 묻어나서 본인도 민망할 정도예요.
어쩌면 지금 당신의 작품 속의 ‘다른 작품의 색’은 아직 콜라 원액 상태일지도 모르죠.
그걸 자기만의 개성으로 조금씩 희석해서 전혀 다른 음료로 만들어내는 게 바로 오리지널 창작이에요.
그럼 어떻게 희석하면 될까요? 정답은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에요.
오래 그리다 보면 나만의 색이 점점 드러나고, 원액도 희석돼요. 거기에 다른 영향까지 섞이면, 나중엔 원래 콜라였는지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워지죠.
물론 아주 감이 좋은 누군가가 ‘이거 콜라 들어간 거 아니에요?’ 하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때쯤 되면 ‘숨은 향까지 알아보시다니, 대단하시네요’라고 웃으면서 받아칠 수 있을 거예요.
30년이나 계속해도 아직도 원액 상태라면, 그때 가서 오리지널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해도 돼요.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면, 누구나 처음엔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당신만의 색이 생길 때까지 일단 그려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혹시, 기술이나 재능 때문이 아니라 ‘내 패티시가 너무 그대로 드러나는 게 민망하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어요. 영향을 받은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가 ○○를 좋아한다는 게 너무 보이잖아!’ 가 더 부끄러운 거죠.
만약 그런 거라면, 굳이 희석할 필요도 없을지도 몰라요. 차라리 부끄러움을 털어내세요.
창작은 말 그대로 ‘패티시 카드 배틀’이에요. 한 작품만 봐도 작가의 패티시가 훤히 드러나는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이랍니다.

↑일본어 이외의 고민 상담도 환영합니다.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인기 시리즈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문학춘추 출판)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화 되었습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걱정돼요’, ‘마이너 장르라 독자들이 별로 없어요’, ‘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최애를 죽이고 마는 모순과 고뇌’ 등 인기 상담은 물론 신작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습니다.
단행본화를 축하하며 ‘동인녀의 감정’의 저자 사나다 츠즈루 님과 대담을 나눴어요. 체크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취미로 오리지널 만화와 소설을 창작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오늘 예전에 썼던 작품 중 두 개를 인터넷에서 내렸어요. 다시 보니 생각보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제가 보기에도 이건 거의 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일을 계기로 예전 작품을 쭉 살펴봤는데, 다른 작품들도 영향이나 영감을 받은 건지, 표절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표절과 영감, 영향의 경계가 어디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혼란스러워요.
계속 창작을 해도 되는 건지 점점 자신감도 잃고, 의미도 잘 모르겠어요.
무세어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서부터 아웃인 건지 그 기준을 정말 모르겠어요….
부디 조언이나 의견을 나눠 주시길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