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하려면 교류가 필수?’ 교류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완판하려면 교류가 필수인가요?
갑자기 등장한 ‘ASD라서 pixiv는 팔로우 0명, X는 혼잣말 계정이라 팔로워 0명’이라는 강렬한 문장에 순간 ‘우오옷?!’ 하고 당황했지만, 저도 비슷한 진단을 받은 사람으로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아마 당신은 그런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을 ‘우오옷?!’ 하게 만들면서 인간관계에서 트러블을 겪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겠죠.
그런 실패를 바탕으로 창작 활동에서는 아예 교류를 끊고 트러블과 스트레스를 피하고 있는 거라면, 그 판단은 옳아요. 자기 자신을 분석하고 철저하게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훌륭하고요.
그게 안 되는 사람은 몇 번을 실패해도 자신을 과신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은 비명을 지르게 하니까요.
취미 생활에서까지 쓸데없는 트러블이나 스트레스를 겪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되도록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 않아요.
그게 편한 한편으로 ‘사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죠. 특히 이벤트가 끝난 뒤 SNS에 올라오는 뒤풀이 사진을 보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동인 활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인간관계의 번거로움과 외로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당신은 교류하지 않는 데서 오는 외로움은 전혀 느끼지 않고, 오로지 자기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에만 쓸쓸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니 ‘교류는 하기 싫지만 뒤풀이나 앤솔로지에 불러주지 않는 건 외로워’ 같은 고민보다는 답하기가 간단하고, 적어도 죄질은 나쁘지 않아요.
왜 간단하냐면, 교류하지 않으면 책이 안 팔리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이기 때문이죠.
그럼 안 팔리는 이유가 네놈이 쓰는 글이 재미없어서냐고 한다면 그것도 큰 이유이긴 하겠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특히 동인에서는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잘 팔리지 않는 편이고, 2차 창작이라면 원작의 인기에 따라 판매량도 크게 달라지거든요.
이렇게 책이 팔리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렇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글을 써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절대 팔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걸 써라’는 말과 함께 침이나 한 번 뱉어주는 쪽이 당신에게는 오히려 마음 편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교류라는 난관에 뛰어들기 전에 아직 해볼 수 있는 일은 있을 거예요.
우선은 홍보, 그리고 마케팅
게다가 창작이라는 건 다른 분야에 비하면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은 사람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세계예요.
실제로 ASD에게 추천하는 직업을 찾아보면 거의 반드시 ‘크리에이티브 직종’이 나오거든요.
이건 창의적인 재능이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른 직종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협동심을 비교적 덜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일에 대한 적성이 ‘Z’라면 노력해서 ‘F’ 정도까지는 갈 수 있다는 얘기죠. 그만큼 자신의 특성에 잘 맞는 취미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굳이 서툰 인간관계에 도전해서 적성을 Z급 취미로까지 떨어뜨릴 필요는 없잖아요.
교류 말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선 ‘홍보’가 있겠죠. 만약 X 계정에 자물쇠를 걸어두었다면 공개 계정으로 전환해서 책에 관한 정보나 샘플을 볼 수 있는 pixiv 링크 등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게 좋아요.
좋은 작품인데도 팔리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홍보 부족이에요. 존재 자체를 알리지 않으면 팔릴 리도 없으니까요.
pixiv나 SNS를 이용해야 한다면 결국 교류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홍보와 교류가 반드시 같은 건 아니에요.
적극적으로 홍보하다 보면 pixiv에 댓글을 달아주거나 X로 감상 답글을 보내주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만, 꼭 답장해야 하는 업무 연락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답할 필요는 없어요.
실제로 저도 X에서 홍보를 자주 하지만, 고양이 사진을 보내준 사람 말고는 거의 답글을 달지 않아요. 고양이 사진에 다는 답글도 어디까지나 고양이에게 답하는 것뿐이고 인간은 무시합니다.
감상을 보내오는 독자는 애초에 답장이나 교류를 바라고 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답장이 없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법이에요.
가끔 답장이 없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경우에는 상대도 만만치 않은 Z전사라는 뜻이고 결국 거대 원숭이들의 정상 결전이 펼쳐질 뿐이니, 더더욱 답하지 않는 편이 좋겠죠.
신경 쓰인다면 프로필에 답장은 하지 못한다고 미리 적어두거나, 허공을 향해 ‘답장은 못 드리지만 감상 감사합니다’라고 한번 중얼거려두세요.
그리고 제본하는 것 자체가 좋을 뿐 소설 내용에는 크게 고집이 없다면, 인기 장르의 마이너 커플링 책을 내보거나 지옥처럼 야한 이야기를 써보는 등 마케팅에 힘을 쏟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렇다고 교류가 판매량과 전혀 관계가 없냐면 그렇지도 않아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목표인 10부 완판은 친구가 10명만 있어도 달성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친구 10명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1000명에게 비명을 지르게 만들게 될 거고, 그전에 우리가 먼저 스트레스로 죽을걸요.
당신은 그런 특성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여러모로 힘든 일을 겪어왔을 거예요. 그렇다면 적어도 취미의 세계에서만큼은 자신이 힘들어하는 일을 철저하게 피하는 편이 좋겠죠.
아무리 이런저런 방법을 써봐도 책이 팔리지 않아 결국 남은 방법이 교류뿐인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교류하느니 차라리 한 권도 안 팔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결코 틀린 선택은 아닐 거예요.














카레자와 선생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지금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책을 만드는 것, 정확히는 제본하는 걸 좋아해서 소설책을 냈습니다. 하지만 ASD(자폐 스펙트럼 장애)라서 pixiv는 팔로우 0명, X는 혼잣말 계정으로 팔로워 0명이고, 지방에 살다 보니 이벤트에도 참가하지 못해 현재는 서점 위탁으로만 책을 배포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서점 위탁 페이지를 보면 주변 사람들은 재고 없음→재입고를 계속 반복하는데, 제 책만 재고가 거의 줄지 않는 걸 보고 있으면 괴로워져요. 처음에는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만 닿는다면 몇 달이 걸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견디기 힘들어요.
만약 10부라도 일단 찍었다면 찍은 만큼은 전부 완판하고 싶은데, 역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