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팔이 다른 작가와 친하게 지내는 게 신경 쓰여요’ 독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만큼은 프로답게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맞팔인 사람이 다른 작가와 친하게 지내는 게 신경 쓰여요
우선 상담 내용을 읽고 ‘무겁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무거운 건 당신이 맞팔인 사람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아니라, 그 맞팔분이 A님에게 보이는 행동이 꽤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님과의 교류는 공개적으로 올린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네요. A님과 만난 날을 Excel로 보고서까지 만들어 공개한다는 건가 싶었는데, SNS에 공개적으로 올린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이 맞팔분이라면 Excel도 어쩌면 가능성이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 말았지 뭐예요.
애초에 A님이 허락했다면 상관없지만, 공개된 곳(not Excel)에 언제 누구와 만났는지 이름까지 밝히며 쓰는 건 자제하는 편이 안전해요.
만약 상대방이 배우자 같은 사람에게 ‘회사 출장’이라고 말하고 나온 거라면 큰일이 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온갖 요괴가 날뛰는 인터넷에 사적인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써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런데도 굳이 쓴다는 건, 그 맞팔분이 A님과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인 거겠죠.
그러니까 당신이 그 맞팔분에게 찬밥 취급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 A님 쪽이 연유를 한가득 들이부은 듯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을 뿐이고, 당신은 그냥 평범하게 대접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상담 내용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A님 아닐까 싶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제 상상일 뿐이에요. 사실은 A님도 맞팔분의 Excel 파일을 CSV로 변환해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해두었을지도 모르고, 두 사람이 영혼의 단짝이라는 사실을 온갖 요괴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역시 그저 상상일 뿐이지만요.
상처받는 건 당연하지만, 이건 사고일 뿐
원래 창작을 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한 법이고, 그 능력을 얌전히 창작에만 쓰면 좋으련만 ‘남의 마음’ 같은, 생각해 봤자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써버린 나머지 옴짝달싹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상상만으로도 순식간에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귀여운 점이지만,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 진실이 아니잖아요. ‘사실’에만 눈을 돌리도록 해봐요.
우선 A님은 맞팔분에게 일러스트까지 곁들인 감상을 받은 반면, 비슷한 시기에 올린 당신의 작품에는 감상이 없었다는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당신과 오프라인에서 만난 건 밝히지 않으면서 A님과 교류한 사실은 Excel인지 SNS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겠죠.
그러니까 실제로 일어난 일을 당신이 알아버린 이상, 그걸 보고 상처받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말라는 건 무리예요.
맞팔분에게 다른 의도는 없었고 전부 우연일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것부터가 결국 상상에 불과하죠. 그런 걸로 눈앞에서 벌어진 잔혹한 사실에 맞설 수 있을 리도 없고요.
당신이 상처받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동시에 맞팔분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사실이에요.
어쩌면 당신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별 관심도 없는 A님과 깊은 관계인 척 티를 내고 있는 우회형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해요. 그보다 먼저, 맞팔분이 누구와 친하게 지내든 자유이고, 누구에게 감상을 보내든 보내지 않든 자유라는 사실이 있으니까요.
당신이 상처받은 건 불행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불의의 사고로 다친 것과 마찬가지예요. 원망하려면 그런 사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만 자신의 불운을 원망할 수밖에 없고, 이제는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중요한 건 새로운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이미 맞팔분과 A님이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의 인대가 늘어난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진정될 때까지는 두 사람과 거리를 두세요. 절대로 양쪽 SNS를 스토커처럼 뒤져가며 두 사람이 만난 흔적을 과학수사하거나, 세로 읽기에까지 손을 대서는 안 돼요.
내 창작의 가치를 맞팔에게 맡기지 말자
또, A님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과 ‘내 작품은 감상을 보내고 싶을 만큼의 가치도 없구나’라는 결론 사이에는 책을 한 200페이지쯤 건너뛰어 읽은 것 같은 비약이 있어요.
맞팔분이 A님의 창작을 좋아하고, 일러스트까지 곁들여 감상을 보낼 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과 A님이 둘이 한 세트인 표리일체 영혼의 쌍둥이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당신에게 감상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맞팔분이 당신의 창작을 싫어하고 눈길 한 번 줄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건 당신 안에서 맞팔분의 존재가 너무 커진 나머지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나치게 깊이 해석하고, 맞팔분의 마음에 드는 것만이 자기 창작의 가치를 증명하는 기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일 거예요.
확실히 창작자에게는 처음 감상을 보내준 사람을 마치 부모로 여기고 졸졸 따라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특정 독자나 창작 동료에게 지나치게 큰 감정을 품기도 해요. 그러다 그 사람 마음에 들 만한 걸 만들려고 하거나, 원하는 만큼 감상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극심한 우울 모드에 빠지는 일도 흔하죠.
흔한 일이긴 하지만, 한 번 겪어봤으면 충분한 일이기도 해요.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착해서 자기 가치까지 상대에게 달린 상태가 되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배웠다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요.
독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만큼은 프로답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적어도 창작과 관련해서만큼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보는 거예요.
당신은 취미로 창작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독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만큼은 프로답게 가져보세요.
프로라고 해서 모든 독자를 평등하게 바라보고, 어차피 전부 호박으로밖에 안 보이니 그중에서 하나를 아보카도로 만들지 말라는 뜻은 아니에요.
프로도 초창기부터 응원해 준 독자는 기억하고 있고, 마음속으로 특별하게 여기기도 해요.
그런 오래된 독자가 더 이상 나를 찾아보지 않거나, 대놓고 다른 작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서운하죠. ‘나보다 그 귀멸이라는 녀석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라고 따져 물으면서 3억 개쯤 되는 이유를 전부 털어놓을 때까지 감금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프로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 당신이 A님 때문에 상처받고 서운함을 느끼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오래된 독자가 떠났다고 해서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물며 창작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예전에 응원해 주던 독자의 마음이 떠난 건 슬픈 일이지만, 그건 그거고 작품은 지금 읽어주는 독자를 위해 만들어요.
맞팔분 때문에 상처받아 우울한 글을 올리고 만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지금 당장 무리해서 창작할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이미 올렸던 작품만큼은 다른 독자들을 위해 다시 공개해 보면 어떨까요?
애초에 독자라고는 그 맞팔분 한 명뿐이었고, 그분과 단둘뿐인 우주였던 상황이라면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치게 밀도 높은 인간관계에 있다고 봐야겠죠.
특정 상대에게 지나치게 큰 감정을 품기 쉽고, 창작 활동 자체가 그 감정에 좌우되는 성향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는 그 큰 감정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말고 한 다섯 명쯤에 분산 투자해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보면 어떨까요?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단행본화를 축하하며 ‘동인녀의 감정’의 저자 사나다 츠즈루 님과 대담을 나눴어요. 체크해 보세요!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너무 힘들어져서 이렇게 상담을 드려요.
저는 지금까지 북마크는 받아도 작품에 대해 ‘이 부분이 좋다’ 같은 구체적인 감상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계속 창작을 해왔는데, 얼마 전 이전 장르에서부터 맞팔이었던 분이 지금 장르에서 교류하고 있는 다른 작가분(A님)에게 작품을 읽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까지 곁들여 감상을 보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침 저도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썼지만, 제 작품은 그냥 넘어갔고요.
그 맞팔분과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저와 만났을 때는 별 얘기 없었으면서, A님과의 교류는 공개적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니 예전부터 쌓여 있던 서운함이 한꺼번에 터져버렸어요.
‘내 작품은 감상을 보내고 싶을 만큼의 가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창작 의욕마저 꺾였고, pixiv 작품을 잠시 비공개로 돌린 데다 우울한 글까지 올리고 말았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