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감상평이 끊긴 독자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팬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상담

글/ 카레자와 카오루
갑자기 감상평이 끊긴 독자를 작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감상평을 원하냐고 묻는다면 아마 98%는 ‘원한다’고 대답하겠죠.
물론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 괴상한 캐릭터가 나오는 장편 만화를 그리고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타인의 평가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도 있겠지만요. 또, 자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고 미친 듯이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예요.
적어도 pixiv 같은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는 이상, 누군가 봐주길 바라고 가능하다면 감상평도 받고 싶어 한다고 봐도 무방하죠.
예전에도 말했지만 오히려 창작자가 작품 활동을 중단하는 이유로 ‘성가신 팬이 너무 집착해서’보다는 ‘감상평을 받지 못해서’가 훨씬 많으니까요.
따라서 ‘감상평을 보내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당신처럼 좋다고 느낀 순간 바로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주는 독자가 훨씬 고맙답니다. 결코 잘못된 행동이 아니에요.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창작자가 원하는 것은 ‘반응’이고, 어떤 종류의 반응을 원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죠. 자신의 작품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표정으로 ‘좋아요’ 버튼만 누르고 지나가 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결국 창작자가 장문의 감상평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말을 들으면 기뻐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어요.
‘칭찬의 허용치’는 창작자 이전에 타고난 성격이나 성장 과정까지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팬이 많은 작가라고 해서 그 일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저 역시 프로로 10년 넘게 활동했지만 ‘칭찬의 허용치’에 있어서는 1미리도 변동이 없거든요.
제가 하루 62시간 동안 SNS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는 이유는 ‘안주로는 오징어가 딱 좋지’처럼 감상평은 내 이름을 검색하다가 보게 되는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그 이상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날 죽일 셈이냐!!’하며 창문을 깨고 도망가고 싶어질 정도고, 보이스챗 같은 곳에서 제 작품 얘기가 나오면 바로 그 방을 나갈 때도 있죠.
하지만 이런 사람이라도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느 독자를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감상평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럼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오히려 ‘황공할 따름’이죠.
내 작품을 좋아해 주고 장문의 감상평까지 보내주는 분에겐 압도적으로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감사합니다’라며 자랑스럽게 내 크라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라 죄송할 따름이고, 이런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자책할 뿐이랍니다.
즉, 장문 감상평을 받은 작가야말로 오히려 더 별의별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무시하는 내용이거나 위협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감상평을 보내준 독자에게 나쁜 감정을 품는 일은 드물다는 뜻이에요. 허용치가 낮은 작가라도 감상평은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고, 허용치가 높은 작가라면 더더욱 기뻐할 거라 생각해요.
팬은 소중한 존재이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
지금까지 정말 열성적으로 감상평을 보내다가 갑자기 그만두는 게 무례하지 않을까 걱정하셨죠. 물론, 열심히 응원해 주던 팬이 사라지면 작가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감상에만 집중하는 팬의 자세를 철저히 유지했다면 그 서운함은 작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에요.
팬은 친구나 가족과 달라요. 소중한 존재이긴 하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죠.
아무리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자부해도 ‘이제 마리에와 결혼할 거야’ 같은 중요한 소식은 전혀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딱히 최애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를 들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죠.
반대로 말하자면 팬은 특별한 권리가 없는 만큼 ‘자유롭다’는 거예요. 응원하는 것도 자유지만, 그만두는 것도 자유라는 뜻이죠.
친구나 가족이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사라지면 ‘갑자기 무슨 일이야’라며 따지거나 실종 신고를 하는 것 처럼 찾을 권리가 있지만, 팬이 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걸 막을 권리는 없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고마웠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할게’라고 말할 수밖에요.
만약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친해졌다면 갑자기 사라지는 게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팬으로서 열렬한 팬레터를 보낸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창작자 역시 ‘평생 이 텐션으로 응원해 주겠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모두가 최애 작가가 다른 장르로 옮겨 간 경험을 해봤듯이, 작가들 역시 오래 활동을 하다 보면 독자들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니까요.
전혀 응원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아주 잠깐이라도 응원을 받는 게 훨씬 고마운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팬의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감상평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그중에는 ‘평생 좋아하지 않을 거면 처음부터 좋아하지 마’라고 생각하는 작가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그 작가가 너무 예민한 것일 뿐 당신에겐 아무 잘못이 없답니다.
이 고민은 자료적 가치가 있다
이번 고민은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독자의 목소리’라는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갑자기 사라지는 게 실례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많지 않겠지만, 아마도 ‘불안감’을 느낀 작가는 있을지도 몰라요.
이른바 ‘탈덕한 팬이 안티보다 무섭다’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급격하게 좋아진 만큼 급격하게 싫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는 작가들도 있겠죠.
그래서 당신이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내가 뭔가 탈덕하게 할 만한 표현을 했나?’라며 오히려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책한 작가가 있을지도요. 하지만 작가와 독자의 관계이기 때문에 주소를 알아내서 ‘뭐가 문제였나요?’라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민만 계속 쌓이니 글쓰기가 두려워진 마음 여린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 상담 덕분에 세상에는 쉽게 빠지고 쉽게 식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우리가 딱히 뭔가를 잘못하지 않아도 갑자기 다가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도 앞으로 이런 혜성 같은 팬이 나타나더라도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 대신 오늘 상담을 다시 읽고 ‘아, 이런 타입이구나’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일본어 이외의 고민 상담도 환영합니다.
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인기 시리즈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문학춘추 출판)라는 제목으로 단행본화 되었습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걱정돼요’, ‘마이너 장르라 독자들이 별로 없어요’, ‘40대면 동인 행사 그만둬야 할까요?’, ‘최애를 죽이고 마는 모순과 고뇌’ 등 인기 상담은 물론 신작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습니다.
단행본화를 축하하며 ‘동인녀의 감정’의 저자 사나다 츠즈루 님과 대담을 나눴어요. 체크해 보세요!



저는 금방 사랑에 빠지지만 그만큼 금방 식고, 그 와중에 집착까지 강한 팬이에요.
빠진 장르에서 좋아하는 작가님이 생기면 ‘이 감동과 열정을 전해야 해!!!’하며 미친 듯이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는 타입이에요. 작가님이 작품을 올릴 때마다 장문의 감상평을 날린답니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빠지게 되면 예전에 좋아했던 장르의 작가님들을 쳐다도 보지 않는 아주 매정한 팬이기도 해요. 그렇게나 매달리며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놓고서는 갑자기 연락을 딱 끊은 적이 몇 번이나 있는걸요.
팬이 많은 작가님들이라면 저 같은 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마이너 장르에 계신 작가님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해버려요. 어릴 땐 마음 가는 대로 들이대다가 갑자기 다른 장르에 빠져서 사라지는 짓을 밥 먹듯이 했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내가 좀 무례했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미 마음이 식은 장르에서 열정을 담은 감상평을 쓰자니 써지지도 않고, 그런 의리 같은 건 작가님들도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작가님은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 독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결코 작가님의 작품이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단순히 제가 변덕스럽고 매정한 사람일 뿐이죠.
무엇보다 작가들은 독자들의 감상을 듣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장문 감상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담스럽다고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쓰고, 작가님의 사생활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답해주시긴 하지만, 겉치레 말고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어요.
차라리 장문의 감상평 보다는 ‘좋아해요!’, ‘재밌었어요!’ 정도의 짧은 인사를 더 좋아하려나? 라는 생각으로 트위터에서 거의 매일 한 마디씩 보낸 적도 있는데 많이 부담스러웠을까요? 그걸 갑자기 중단하면 작가님이 신경 쓸까요?
작가님들이 기뻐하는 감상평을 알고 싶어요.